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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김어준 `더 플랜`의 합리적 의심…기획된 숫자, 충격과 소름
입력 2017-04-11 08:4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51.6%를 얻어 48.0%를 얻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하지만 당시 미분류된 표가 3.6%, 약 100만 표가 나왔다. 미분류된 표는 무효표와는 달리 제대로 표시가 되어 있으나, 컴퓨터가 분류할 수 없다고 임의 조치해 한쪽에 모아놓은 표이다.
이 수치가 너무 높아 부정 선거라는 의심이 나왔다. 미분류된 표가 어떤 원리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더 플랜'이 주목한 부분이다. 김어준과 최진성 감독은 기계가 대신한 이 검표 시스템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한다.
이유는 251개 개표소의 1300여 대의 전자 개표기를 통해 미분류된 표가 1.5 비율로 박근혜 후보 표가 항상 많았기 때문. 제작진에 따르면 통상 미분류된 표는 1대1이 되어야 하는데 어디에서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1.5 비율로 박근혜 후보로 표가 몰렸다.
제작진은 통계학자와 수학자, 과학자, 컴퓨터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해커와 함께 시뮬레이션 실험도 하는 등 다양하게 접근해 조작 가능성을 전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는 최대한 쉽게 풀어가며 합리적 의심을 한다. 전자 개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는 순간 충격을 받는 이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이 기계를 조작해 '이상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내 한 표를 버릴 수 없어 투표에 참여했으나 투표보다 개표에서 부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상황은 소름이 돋는다. 개표 참관인은 눈 뜨고 당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가상 시나리오라고 하나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작진은 독일과 영국 등의 사례를 전하며 투표 이후 개표 등의 진행 상황이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기계에 맡겨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상영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영화가 주장하는 바대로 개표 과정을 공개하는 건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5월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시간이 촉박해 도입할 수 없다.
김어준은 "2012년의 대선 결과에 대한 단죄나 어떤 잘못을 파헤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가능성이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라며 "지금 당장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수개표로 바뀌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의 시스템처럼 기계로 표를 세고 사람이 다시 세는 순서를, 사람이 세고 기계가 검증하는 순으로만 바뀌어도 어떤 개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성 감독은 "여야의 문제,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의 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임을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은 합리적 의심에 그친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이다. 김어준은 "수사의 차원은 의지가 있는 정권에서 추가적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지난 대선 이후 불거진 문제 제기에 대해 "온라인 접속이 안 되기 때문에 해킹은 불가능하다. 조작도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수차례 해명을 요청한 제작진에게는 답변을 거부했다. 제작진은 "300kb바이트도 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통해 해킹이 가능하고, 네트워크 카드가 있는 컴퓨터 해킹은 쉽다"며 선관위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제작진은 전국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일일이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내고 분석한 탓에 자료를 모으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방향성을 잡지 못해 다양하게 접근하던 제작진은 현화신 퀸즈대 통계학과 겸임교수 덕분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숫자 1.5를 파악하게 됐다. 그 지점부터 충격의 시작이다.
오는 12일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 선공개 될 예정이며, 4월 중 개봉한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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