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상복합의 굴욕…집값 뛰는 마포·마곡서도 할인분양
입력 2017-04-10 17:53  | 수정 2017-04-10 20:49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던 부유층 주거지의 대명사, 대형 주상복합의 인기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사겠다는 사람이 줄자 올해 서울에서는 최근 5년새 처음으로 분양 물량이 5000가구도 채 안 될 정도로 시장이 줄었다.
결국 마포구 초인기 지역에 분양한 한 주상복합 단지는 미분양을 견디지 못해 할인 분양에 나섰을 정도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09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역세권에 분양한 '대우 월드마크 마포'가 최근 시공사 보유분에 대한 할인 분양에 착수했다. 이미 입주까지 이뤄졌지만 팔지 못한 물량에 대해 초기 분양가에서 10~30% 깎아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분양 상담사는 "대형 면적인 168㎡(51평)형 회사 보유분을 특별분양하는데 몇 가구 남지 않았다"며 "면적이 클수록 할인 금액이 많기 때문에 51평형은 분양가보다 3억원 이상 싸게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용 149㎡(45평)형 시세가 10억2500만원임을 감안하면 1억원도 안 되는 돈을 얹어서 168㎡형을 사는 게 더 싼 것 아니냐"며 "계약금 3000만원과 분양가의 20%를 잔금으로 내면 바로 입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하에 대형마트가 입주한 이 단지는 지하 7층~최고 20층 2개동에 전용면적 119~170㎡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168㎡형 분양가는 약 14억3000만원이지만 현 시세는 10억9900만원 선이다.
최근 3~4년 새 집값이 부쩍 뛰고 고소득 전문직 선호도가 높은 공덕 일대에서 할인 분양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형 주상복합의 고전을 방증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일대 중소형이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마포 집값이 뛰었지만 주상복합에 관심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실수요자는 관리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투자자들은 시세 상승 여력이 일반 아파트만 못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형 주상복합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지나 내수경제가 활기를 띠던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2003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양천구 신정동 삼성쉐르빌 등이 입주하면서 '고급 랜드마크'의 상징이 됐다.
주상복합이란 주거와 상업 공간이 합쳐진 건물을 말한다. 전용면적 기준 85㎡형을 넘는 넓이에 타워형의 화려한 외관, 높은 층수를 자랑하는 주상복합은 주거지보다 땅값이 비싼 도심 준주거지에 들어서 시장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주택시장 둔화기에 접어드는 요즘 대형 주상복합은 시세 하락과 미분양으로 고전하는 중이다.
아파트 '갭 투자'로 인기를 끈 성북구에서도 대형 주상복합은 할인 분양에 나섰다. 월곡뉴타운에서는 지하 7층~지상 36층 4개동에 전용면적 155~297㎡형 총 440가구로 구성된 고층 주상복합이 입주 시작 후 '최대 30% 할인'을 내걸었다. 마곡지구 개발로 시세가 뛰는 강서구에서도 화곡동 대형 주상복합은 2년 넘게 할인 분양 중이다.
분양 상담사는 "전용 130㎡ 이상 면적에 한해 최초 분양가에서 43% 할인해 선착순 분양 중"이라며 "공덕동에서 할인하는 주상복합보다 3.3㎡당 최소 500만원 이상 낮다"고 강조했다.
기존 주상복합들도 시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B부동산 매매 시세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전용 144㎡형은 2004년 말 18억8000만원에서 2007년 말 24억원까지 뛰었지만 현재 19억4000만원대로 하락했다. 양천구 삼성 쉐르빌도 전용 154㎡형이 2007년 말 15억1500만원에서 현재는 9억6500만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올해 분양 물량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4000가구가량 주상복합이 분양시장에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 팀장은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실거주 면적이 작고 관리비는 비싼 단점이 있다"며 "과거에는 상징성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주거시장이 실속형 중심으로 변하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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