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드보복에 타격 입은 中企, 동남아시장 개척으로 재도전
입력 2017-04-10 16:51 
인천 남동공단 본사에서 이충근 리치케미칼 대표가 자사 제품과 중국 수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갑성 기자>

"사드(THAAD)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이후 지난달 한 중국 거래처는 대놓고 한국산 원료를 쓰지 않겠다고 합니다. 일부 제품은 양산까지 한 상황인데 모든 중국 수출이 전면적으로 멈췄습니다."
지난 6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화장품 원료 전문 리치케미칼의 이충근 대표는 중국 수출 현황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해 68억원 매출을 올린 리치케미칼은 중국을 중심으로 약 2만 8000 달러 규모로 첫 수출을 시작했다. 올해 목표 매출인 15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그간 개척한 신규 중국 거래처 4~5곳에 납품할 예정이었지만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무기한 보류됐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해 화장품·전기전자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통관·인증이 지연되거나 투자나 계약이 무산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황규연)이 지난달 9~15일에 걸쳐 전국 11개 산단공 지역본부 주관으로 '수출애로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총 51건의 중국 수출 애로 사항이 기업인들로부터 나왔다. 한국산 제품의 통관·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해 수출에 차질을 빚거나 재고가 발생하고 수출계약 지연으로 신제품 출시가 무산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됐다. 51건의 애로 사항 가운데 통관·인증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미 결정된 투자나 계약이 지연되거나(11건) 매출과 수주가 감소하는 경우(11건)가 뒤를 이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중소기업들에 단기적인 영업 상 피해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전략 구축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현장의 중소기업인들도 눈 앞의 피해 수습에 골몰하는 한편 중장기 해외 진출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대표는 "현재 인천 지역에 있는 화장품 업종 중소기업 300여곳 중 대중 수출절벽이 계속되면 절반 가량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이미 일부 업체들은 제품 출하가 안되서 대출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리치케미칼도 해외 진출을 위해서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시장을 우선 거쳐야만 한다. 아직 성장 단계인 리치케미칼은 2004년 창립 이래 지금껏 수입에 의존하던 화장품 원료를 국산화해 판매하는 사업을 키워왔다. 현재 50여종의 천연 성분을 국산화했고 매년 30여종을 새로 국산화해 개발하고 있다. 내수가 매출의 95% 이상 차지하는 리치케미칼은 원래 중국 시장에서 덩치를 키운 뒤 일본, 미국 ,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3년 뒤 선진국 시장 진출에 앞서 수출 제품을 시험할 최적의 테스트베드 시장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막혔다. 리치케미칼은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서 열리는 화장품 원료 전문 박람회 '인코스메틱스 아시아'에 참가하는 등 동남아 지역 전시회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산단공은 동남아 시장을 필두로 대체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피해 중소기업 지원에도 나선다. 산단공은 오는 6월부터 중소기업 수출 다변화를 위해 인도, 아세안, 중동 등지에 신흥국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산단별 수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수출애로대책반', '수출카라반',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수출바우처' 등 기존 정부사업도 전부 동원해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코트라, 무역협회,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 지원기관 멘토단을 확대해 현장밀착 지원을 펼친다. 전국 7개 기업성장지원센터에서는 전문위원 상주하며 입주기업 마케팅 애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인천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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