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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소민 "매번 어린 역할, 20대 후반 여성 표현의 갈증 있다"
입력 2017-04-07 13:22  | 수정 2017-04-07 14:35
영화 `아빠는 딸`로 찾아온 배우 정소민. 사진|강영국 기자
영화 '아빠는 딸', 아빠와 몸 바뀐 딸 도연 役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정소민은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중년 아저씨'의 표정과 행동, 말투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할 상대를 찾는 건 의외로 어렵지는 않았다. 아빠 상태(윤제문)와 딸 도연(정소민)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의 또 다른 주인공 윤제문을 관찰하면 됐다.
문제는 윤제문과 친분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그가 맡은 캐릭터를 참고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또 난관에 부닥쳤다. 윤제문이 맡은 인물들이 대부분 무섭고 센 캐릭터였기 때문. 다행히 영화 '고령화 가족' 속 무기력한 첫째아들 한모를 찾은 정소민은 "잉여스러운 아저씨의 모습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고 웃었다. 그래서인지 정소민은 정말 윤제문이 되어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극 중 정소민은 중년 아저씨, 윤제문은 여고생으로 최적의 연기를 선보이는데 관객을 충분히 몰입의 세계로 안내한다. "서로를 연기해야 하니 대사를 바꿔 읽은 다음에 녹음해서 연구를 해오는 것으로 첫 작업을 시작했죠.(웃음)"
그 덕에 정소민의 첫 코미디 연기 도전(시트콤 '마음의 소리'보다 '아빠는 딸'을 먼저 촬영했다)은 성공적이다. 그는 "코미디는 내게 옛날부터 제일 어려워 보이는 장르였다.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라며 "내가 그걸 해야 하는 입장이니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됐다. 해야 할 숙제들이 많았다. 하지만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코미디 장르의 목적은 웃음과 재미를 주는 것인데 그게 안 되면 무의미하잖아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코미디 잘하는 선배들의 호흡을 단기간에 익힐 수 없겠더라고요. 다른 준비가 다 되어 있으니 나를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어요. 하하하."
귀여운 이미지가 강한 정소민은 20대 후반 여성의 감정과 고민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아빠는 딸'에서 윤제문과의 호흡도 완벽하지만, 조연으로 출연한 정신과 의사이자 상태의 친구인 박혁권과도 호흡이 좋았다. 정소민은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 하나인 박혁권과 호흡을 맞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촬영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정도다. 정소민은 "박혁권 선배는 처음 우리를 보고 이 상황을 믿지 않는 캐릭터이기에 별짓을 다 한다"며 "'내가 언제 이 분과 친구 역할을 할까'라는 생각에 대본에 없었던 어깨를 잡고 흔들기도 하는 등 과감히 애드리브를 했다"고 웃었다. "병진아! 나 X됐다"라는 대사도 순식간에 정소민의 입에서 튀어 나와버렸다.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란다.
영화 속에서 아저씨로 사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여고생 역할을 하며 과거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는 "현실의 나는 도연과 비슷한 점이 꽤 많다"며 "괜한 반항심도 있었고, 엄한 아버지를 불편해하고 어려워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부모님이 동생은 자잘하게 사고 치는데 나는 크게 저지른다고 하시더라"며 "동생은 싸워서 학교 불려가는 게 전부였는데 나는 공부하다가 '무용할래'라고 했고, 무용하다가 '연기할 거야'라고 뒤통수를 쳤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아빠는 딸' 현장이 즐겁고 유쾌했는데 그는 또다시 웹툰 원작의 시트콤 '마음의 소리' 애봉이를 택했다. 정소민은 "재미있게 본 원작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미디 연기를 해야 할 게 많이 힘들지만, 책을 보고 어떻게 풀까 정말 기대됐다. 그런 부분이 내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인기작, 사랑받는 캐릭터를 내가 망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과 걱정은 있었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아빠는 딸'은 윤제문 음주운전 사건 등등의 이유로 개봉이 지연돼 '묵은 영화'에 속한다. 정소민은 "데뷔 초였다면 초조했을 텐데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어떤 일을 하게 됐을 때는 '운이 좋다'고, 안 되는 일은 '인연이 아니구나'라는 생각한다. 이 영화가 개봉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장롱 속에 있는 코트를 꺼냈는데 오만원이 들어있던 느낌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 `아빠는 딸`에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정소민. 사진|강영국 기자
귀엽고 착한 이미지 위주로 부각된 정소민. 다른 색깔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도 일부분 인정하고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번 나보다 어린 역할을 하니 어떤 갈증은 있어요. 20대 후반의 여자가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 생각들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은 있죠.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이 이미지가 득이거나 독일 수 있지만, 굳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진 않아요. 제 바람은 사람들이 TV나 영화에 나왔을 때 그 캐릭터로 저를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정소민은 "관객들도 내가 느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영화 홍보를 잊지 않았다. 그는 "아빠와 딸의 관계를 사람으로서 이해하고 바라보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괜히 혼자 아빠와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에 태어나서 아빠와 단둘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살면서 제일 좋았던 시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한 순간으로 남았다. 우리 영화도 관객들에게 그런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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