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승기] 그랜저 하이브리드, "HV 맞아? 맞네! 어라?"
입력 2017-04-06 17:37 
[사진출처:현대자동차]

국산 준대형세단 시장은 현대 그랜저가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국가대표 준대형세단'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판매대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출시 때마다 준대형세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이 등장한 이후 30년 동안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경쟁차종들이 따라올 수 없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 벽)'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 6세대 신형 그랜저는 지난 3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1만대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3월 그랜저 판매대수는 1만3358대(구형 8대, 하이브리드 238대 포함)다.
쏘나타와 아반떼보다도 많이 팔렸다. 쏘나타는 같은 기간 7578대(하이브리드 338대 포함), 아반떼는 7000대가 각각 판매됐다. 지난 2월에는 '자동차기자협회 2017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그랜저 경쟁상대로는 기아 K7, 르노삼성 SM7, 쉐보레 임팔라 등이 있다. 하지만 그랜저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K7은 5455대, SM7은 585대, 임팔라는 407대 각각 판매됐을 뿐이다.
"국산 준대형차 시장에는 그랜저가 있고, 그랜저가 있으며, 그랜저가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랜저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신형 그랜저가 주도권을 장악한 준대형세단 시장에 강력한 도전자가 다시 등장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HV)다.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첫 선을 보인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외관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30x1865x1470mm이고,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45mm다. 하이브리드 공력 휠 외에는 외모가 가솔린 모델과 같다.
박상현 중대형 총괄 PM(이사)는 이에 대해 "가솔린 모델과 디자인에서 차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트렁크 공간도 얼핏 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 같지 않다.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으로 이동해 적재 능력을 향상했다. 트렁크 용량은 426ℓ로 골프백 4개, 보스턴백 2개를 실을 수 있다.
내장도 가솔린 모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를 제외하면 사실상 같다. 다만 도어트림 가니쉬에 세계 최초로 코르크 나무에서 채취한 리얼우드를 적용. 친환경 이미지와 고급감을 부각시켰다.
시승차는 배기량 2359㏄ 가솔린 엔진과 6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엔진 최고출력은 159마력, 모터 최고출력은 38kW, 최대토크는 21kg.m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죽시트가 몸을 안락하게 잡아준다. 도심에서는 에코 모드와 노말 모드를 사용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다. 3km 정도는 크루즈 기능도 사용했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때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 수치가 뚝뚝 떨어졌지만 에코·노말 모드와 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때는 꾸준히 올라갔다. 0.27Cd로 동급 최고 수준인 공기역학 성능도 연비 향상에 한몫했다.
시승을 마친 뒤 측정한 연비는 15.7km/ℓ로 나왔다. 공인 연비 16.2km/ℓ보다는 적게 나왔지만 성능을 알아본다며 급가속, 급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시승 코스의 절반 정도를 스포츠 모드로 달린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모델에 어울리는 연비 실력이었다. 기존 모델보다도 8% 이상 연비가 개선됐다.
연비 못지않게 정숙성도 이 차의 정체성을 알려줬다. 도심에서 시속 60km 이하로 달릴 때는 잡소리가 들어오지 않는다. 하이엔드급 오디오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빠져들 수 있다. 시승 도중 비가 내리자 시끄럽기보다는 오히려 운치가 더해졌다.
현대차가 밝힌 가속소음은 51dB, 노면소음은 62dB, 정속소음은 64dB다. 소음·진동 규제법에 나오는 소음 기준에 따르면 도서관은 40dB, 조용한 사무실은 50dB, 조용한 자동차는 60dB다.
달리는 맛은 하이브리드 모델답지 않았다. 가솔린 세단에 버금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지면서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중저음 엔진소리가 깔리면서 페달을 밟는 힘에 비례해 속도를 높였다. 날카롭지는 않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중'하면서 힘이 넘치는 가속성능을 발휘했다.
제동 성능도 만족스럽다. 빗길이어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살짝 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안정적으로 멈췄다. 차선이탈경고시스템은 민감하게 작동했다.
코너를 돌 때는 차체가 튕겨나가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몸이 쏠리지 않게 붙잡아줬다. 과속방지턱은 충격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자동으로 속도와 거리를 제어해 움직였다.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차선이탈 방지 기능과 결합해 스티어링휠에 손을 올려두기만 하면 알아서 달렸다.
보장 서비스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는 평생 보증,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은 10년20만km 무상 보증받는다.
여기에 3년 이내 차량 재구매 때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고 구매 후 30일 이내에는 차량을 교환할 수 있으며 구매 후 1년 이내 사고 발생 때는 신차로 교환받는다.
가격도 착해졌다. 프리미엄 트림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26만원 내렸다. 판매가격은 3683만~4113만원이다. 하이브리드 세제혜택을 적용하면 3540만~3970만원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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