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연준 "올해 말부터 보유채권 축소"
입력 2017-04-06 16:5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래없는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껏 늘어난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보유채권 축소라는 마지막 긴축 조치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대다수 연준 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전망과 부합한다면 올해 말 연준 자산 축소를 개시하는게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올 연말이나 내년 중 보유자산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일부 연준 위원들의 개별 언급은 있었지만 연준 회의록에 '올 연말'이라는 특정 시기가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9년 6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하면서 초저금리 탈피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데 이어 긴축 2단계에 해당하는 보유자산 축소를 이날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다만 보유자산 축소 방식과 속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 언론은 연준의 이같은 행보가 경기부양책의 끝을 알리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미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대량으로 사들여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2009~2012년 3차례에 걸쳐 시행했고 그 결과 연준의 보유자산은 위기 전 9000억달러에서 4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로 무려 5배가 됐다. 연준 자산의 상당 부분은 미 국채로 2조5000억달러 수준이고, MBS는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연준이 보유자산을 줄이는 방식은 만기가 도래하는 미 국채나 MBS에 재투자하지 않고 종료하는 수동적 조치가 될 공산이 크다. 금리 상승기(채권가격 하락기)에 보유 채권을 내다팔면 매각 손실을 실현시키기 때문에 부담이 따른다. 중앙은행들이 보유 자산을 직접 매각한 사례는 과거 100년간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당초 월가 투자은행들은 내년 중 자산 축소가 시작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는데 올해 말로 시기가 앞당겨지면 시장이 느끼는 충격은 꽤 클 수 있다. 실제로 5일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보유 채권을 속속 줄이면 대차대조표 규모가 어느 정도로 줄어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준 자산 규모가 2조5000억~3조50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관측이 맞다면 지금 보다 1조~2조달러 줄어드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만기 구조가 수십년 장기인 MBS를 줄이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연준이 MBS 매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연준은 3월 FOMC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이 상당한 불확실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내년쯤에나 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발 반이민 정책과 멕시코 장벽 건설 등이 경제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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