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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올 시즌 KBO리그 흥행전망은 어떠십니까
입력 2017-04-06 06:01 
2017 KBO리그의 초반 흥행몰이가 다소 아쉽다는 관측이 일제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대망의 2017시즌 KBO리그가 지난달 31일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야구팬들은 이 시기를 몇 개월간 오매불망 기다려왔을지 모른다. (일에 방해되니) 내년에는 야구 보지 말아야지”라고 호기롭게 외쳤던 야구팬들 모두 어김없이 다시 리모컨을 들거나 인터넷을 틀거나 또는 현장을 찾아가 열혈 야구팬 본능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프로야구는 대한민국 최고 인기스포츠 중 하나로서 자리를 잡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분위기가 다소 미묘하다. 이제 구단별 4경기 씩 총 20경기를 치른 상황이지만 흥행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개막 3연전만 봤을 때 총 15경기 동안 19만4941명 관중이 들어찼는데 이는 지난해(2016시즌) 18만6432명보다 많은 수치. 하지만 지난 시즌은 우천취소가 3경기가 있어 12경기로 계산됐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올해 평균관중 1만2996명은 지난해 평균관중 1만5536명보다 더 적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다. 추가적으로 15경기 중 매진 경기는 마산에서 열린 NC-롯데전 두 번이 전부였다. 잠실, 고척, 문학, 대구 어디에서도 매진소식은 없었다. 5일 전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된 가운데 4일 잠실, 부산, 대전, 수원, 광주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난해 개막시리즈는 총 6경기가 매진됐었다.
야구계 안팎에서 흥행위기설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이유다. 포스트시즌과 더불어 최고빅카드인 개막전 시리즈가 생각보다 저조한 흥행에 그쳤고 이는 초반 인기몰이에 실패했다는 인식을 생기게 만들었다. 매 경기 연장혈투가 열렸던 잠실 두산-한화전과 흥미로운 ‘엘넥라시코 더비인 넥센-LG전, 영호남 더비이자 최형우 매치업으로도 불린 삼성-KIA전, 이대호 복귀와 지난해 경쟁구도로 관심을 모은 NC-롯데전, 통신사 매치업이자 새 감독들의 첫 무대인 SK-kt전 등 흥행요소가 많았기에 더 아쉬움을 모은 측면도 있다.
다만 단순 수치로만, 또 적은 표본으로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존재했다. 고작 개막 몇 경기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성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날씨 역시 도와주지 못했다. 실제 개막전 당일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주말 내내 쾌적하지 못한 날씨가 이어졌다. 야구를 현장에서 관람하기는 쉽지 않았다. KBO 측 설명도 비슷했다. 오히려 초반페이스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 궂은 날씨에도 찾아주신 관중이 많았다. 올해도 (흥행 등에서) 야구팬들의 관심이 괜찮을 것 같았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수치적으로도 전년 대비 –1%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며 지나친 부정적 확대여론을 경계했다.
다만 궂은 날씨 등 흥행에 있어 환경 등에서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했다. 구단별 4경기 씩 밖에 치르지 않아 평가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분명 틀린 해석은 아니었다. 날씨, 미세먼지 등 여러 환경적 요소로 인해 관중 수만 좀 줄었을 뿐이지 각종 야구 커뮤니티 및 온라인 중계창 속 열기는 뜨거웠다. 실시간 포털 검색창에는 개막 이후부터 프로야구, KBO, 대전날씨,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등의 검색어가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KBO 측은 우천으로 전경기가 순연된 5일에도 경기취소 여부를 묻는 수많은 팬들의 문의전화를 받았다며 관심도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몇몇 화제 이슈가 발생한다면 지금은 다소 시큰둥한 일부 팬들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는 합리적인 예측도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초반이지만 이런 예측을 뒷받침할 호재도 감지됐다. 일부 구단에게는 다소 야속할 수 있지만 프로들 세계에서 가장 낭보로 꼽히는 인기 구단들의 동반상승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전통적 서울강자 LG가 개막 후 4연승을 달림과 동시에 양상문 감독의 매 경기 족집게 적중기용이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이형종, 이천웅, 윤지웅 등 스타성을 갖춘 영건들이 속속 놀랄만한 실력을 뽐냈다.
호남을 넘어 전국적 인기구단인 KIA 역시 올 시즌 대권도전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지난해 타격 3관왕 최형우가 새로 영입됐고 외인투수 팻 딘도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불펜투수 한승혁은 시범경기부터 157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뿌리며 이목을 끌었고 나지완이 개막전부터 연타석 및 만루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롯데는 잠잠했던 부산 사직노래방을 다시 오픈하게 만들었다. 그간 아쉬운 성적과 내용으로 부산 팬들의 외면을 받았던 롯데는 가히 이대호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는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홈 개막전 첫 타석서 홈런을 때리며 고향 팬들에게 인사를 대신했다. 숙적 NC에게 위닝시리즈를 만들고 3연승 가도를 달리는데 예상보다 안정적인 전력으로 자랑하고 있다. 가장 열성적인 팬들로 유명한 부산 민심을 들끓게 만들고 있는 것.
최근 몇 년간 단연 압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한화 또한 안팎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개막시리즈부터 모든 것을 쏟아낸 혈투를 선보였다. 김원석 등 깜짝 스타의 탄생, 배영수 등 베테랑의 귀환, 그리고 매번 화제의 중심이 되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도 그대로였다. 2년 연속 정상을 지킨 두산도 초반부터 한화와 제대로 한 판 붙었고 그 가운데 챔피언다운 저력을 과시하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올해 KBO리그는 LG, KIA, 롯데 등 인기 구단들의 초반 상승세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서울에 사는 롯데 팬 강 모 씨는 개막 후 롯데가 선보인 고무적 모습에 다시 야구열정을 되찾았다며 결국 야구를 잘하면 팬들은 떠나지 않는다”라고 말한 뒤 평소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만 보여준다면 팬들이 각종 야구선수들의 권익에 대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다만 무조건 승패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악착같은 모습이 표출된다면 팬들은 결코 야구를 멀리하지 않는다”고 그라운드 내 선수들의 투지를 가장 중요한 관심요소로 지목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시각으로 돌아갔을 때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한 두 경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이전에 비해 KBO리그에 대한 전반적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다 정확하게는 인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의 문제였다. 프로 선수들을 바라보는 부정적 아쉬움이라 정의할 수 있는 부분.
최근 프로야구계에 몇몇 좋지 않은 일이 겹치며 촉발된 상황이다. 우선 시간을 거슬러 비시즌 동안 일부 특급선수들의 지나친 고액연봉이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사실 100억 가까운 특급선수들 몸값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 속 결정되기에 선수들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잘해서, 구단이 필요해서, 팬들이 원해서 이뤄지는 영입과정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다보면 다소 성적이 부족해보여도 웃돈을 받고 영입되는 경우가 생긴다. 다만 나라 안팎 좋지 않은 경제상황 속 위화감이 강하게 조성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부진도 한몫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야구행사인데다가 풍성한 지원 및 유리한 환경에서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충격적인 1라운드 탈락을 경험했다. 국제대회에서 탈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나 문제는 경기내용. 팬들은 선수들이 대회에 큰 열정을 갖지 않고 임했다는 인상을 받게 됐다. 몇몇 진지하지 못했던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는가하면 긴 훈련기간에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반복하며 실망을 안기고 말았다. 한국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이르렀다.
결국 핵심은 그라운드 안에서의 경기력이라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도 방지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결정적으로 최근 언론보도로 촉발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메리트 부활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선수협이 폐지된 일명 승리수당(메리트) 부활을 논의했다는 게 주된 골자. 선수협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해명도 부족한 판국에 구단과 선수 사이에 정이 약해졌다” 전지훈련 보너스가 사라졌다” 등 사태파악이 되지 않은 듯한 발언들로 성난 민심을 악화일로로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 일부 선수들의 일탈행위(음주운전, 성범죄, 사생활 논란)로 시선이 싸늘해진 판에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선수협의 과감함에 팬들은 혀를 내두르기 충분했다. 타이밍, 해명, 모든 것이 최악의 자충수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생각보다 (부정적) 초반흥행몰이로 이어지게 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하며 인기 팀들의 선전과 슈퍼스타들의 활약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구단들과 KBO가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할 프로그램 개발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내다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큰 그림을 갖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라고 힘주어 말했다.
6일 오전 현재 아직 올 시즌 KBO리그는 720경기 중 20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흥행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오락가락 봄 날씨, 여름 혹서기와 장마 등 환경적 요소와 함께 5월 장미대선, 급변하는 정치상황 등 다양한 사회적 변수도 도사리고 있어 전체적 예단이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긍정적 기대와 부정적 위험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기구단들 활약과 각종이슈는 꾸준히 좋은 기대요소로 남겠지만 그럴수록 여론을 달래고 스타로서 책임감 있는 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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