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조선 후폭풍…회사채 투자위축 4년來 최악
입력 2017-04-04 17:45  | 수정 2017-04-04 23:39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 발표 후 회사채 시장의 위험도를 의미하는 신용스프레드가 4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될수록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어려워지고 투자자들이 보유한 회사채 가치가 낮아진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AA급 이상 우량채만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에는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3년 만기 회사채(신용등급 AA-)와 국고채 3년물 간 금리 차(신용스프레드)는 지난달 초 대비 0.059%포인트 상승한 0.526%를 기록했다.
2012년 11월 말 신용스프레드가 0.530%를 기록한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12년 당시 재계 '30위권'에 머물던 웅진그룹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회사채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연초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국고채 금리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등 회사채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신용스프레드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됐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 등 무위험 채권 금리와 회사채 금리 간 차이를 뜻하는데,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진해운 법정관리,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대내외 악재가 터질 때마다 신용스프레드는 급격히 확대됐다. 반대로 실물경제가 호전되고 대내외 위험이 줄어들수록 신용스프레드는 축소됐다.
일례로 지난해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신용스프레드는 한 달 반 만에 0.051%포인트 늘어난 0.431%를 기록했다. 또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위기와 2013년 9월 동양 사태가 일어났을 당시에도 신용스프레드는 일정 기간 시차를 두고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회사채 시장이 요동치며 연말 신용스프레드가 0.493%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됐지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자율협약이 예상되는 4월 중반까지 신용리스크 우려로 인해 추가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신용위험에 대해 더 민감해하는 가운데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신용도가 낮은 채권에 대한 투자 기피로 인해 우량물과 비우량물 간 차별화 현상이 심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발행물량의 50% 이상이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채로 집계됐다. A급 미만 회사채 발행은 한진과 한라, 단 두 건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로 회사채 투자자들이 A급 이하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를 꺼릴수록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앞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인한 회사채 시장 충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동부그룹이나 STX그룹 사태와는 달리 연기금과 국가 기관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핵심 투자자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느끼는 충격은 예상보다 크고 훨씬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대한 공식 입장 도출을 위해 이번주 중 투자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근거 자료들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자료를 놓고 채권단 측과 실랑이를 하느라 시간을 더 끌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신 국민연금은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만을 갖고 투자위원회에서 채무조정안 동의 여부를 검토·판단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17일 사채권자 집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번주에 열기로 했다"며 "이번 투자위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고 집회 전에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등의 일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10일 사채권자들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각 기관의 CIO(최고투자책임자)들이 참석 대상이다. 채무조정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김효혜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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