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이 4일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후 첫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수감된 지 4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치소 방문조사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1년여 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한웅재 부장검사(47·사법연수원 28기)와 검사 1명, 여성 수사관 1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했을 때 직접 신문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유영하 변호사(55·24기)만 참여했다.
조사는 서울구치소 내 별도 방에서 이뤄졌다. 한 부장검사와 검사, 박 전 대통령과 유 변호사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조사에 임했다. 지난번 서울중앙지검 소환 조사 때와 같이 영상녹화는 하지 않았다.
검찰은 구치소 점심 시간에 맞춰 오전 11시50분께 조사를 종료한 뒤 오후 1시10분께 다시 시작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주로 물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치소 방문 조사는 1995년 반란수괴·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청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심리 상황과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방문 조사를 원해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이달 1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에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50·19기)에게 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피의자 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지난해 11월 가족기업 '정강'의 자금 횡령 등 개인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당시 특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변찬우 변호사(57·18기)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2014년 광주지검장 재직때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 지휘했다. 그는 당시 승객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법무부와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변호사는 사표제출 의사까지 밝히며 강한 수사 의지를 보였다. 결국 수사팀은 김 전 정장을 기소했고, 그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검찰은 변 변호사를 상대로 '우 전 수석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느꼈는지, 수사 과정에서 사표를 내려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5일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는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에서 해경상황실 전산 서버는 제외하라'는 취지로 말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진상을 숨기려 한 혐의(직무유기)도 받고 있다. 그는 청와대 측 지시나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공무원을 '표적 감찰'하고 퇴출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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