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인난 겪는 일본, 한국 구직자 블루오션으로
입력 2017-04-04 15:55 

# 서울 소재 대학에서 디자인 관련학과를 졸업한 김홍익 씨(28)는 일본 인터넷 대기업 DMM닷컴에서 무역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 기업에서는 '전공제한'에 걸려 번번히 떨어졌지만 전공제한이 거의 없는 일본 기업에서 기회를 찾았다. 틈틈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한 그는 군 제대 후에는 오사카에서 워킹홀리데이로 경험을 쌓기도 했다. 김씨는 "한국 등 해외제품 수입 업무도 맡았고, 최근에는 웹 디자인 업무도 하고 있다"며 "정시 퇴근에다 괜찮은 일도 맡겨줘 재미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그룹에는 현재 27명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중이다. 올해 4월 입사 예정자 중에는 한국 대졸자 3명이 포함돼있다. 와키 마유미 인사부 인재개발팀장은 "일본은 최근 3년 동안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 대졸자들의 경우 어학 뿐 아니라 모든 업무에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오릭스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 대졸자들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졸 취업률이 거의 100%에 달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우수인재를 모셔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본 취업시장. 반면 대학 4년 내내 스펙전쟁을 벌이고도 열정페이 인턴 자리조차 얻기 힘든 한국의 취업시장.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한·일 취업시장이 하나로 묶이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대졸자를 찾아나선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기회삼아 일본 기업에서 미래를 찾아나선 한국 대졸자들도 부쩍 증가했다.
한국 대졸 인재에 대한 일본 기업의 관심은 최근 1~2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의 대졸 취업률이 무려 97.3%(2016년 기준)에 달해 우수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인재 채용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어학 능력이 뛰어나고 일본 문화에도 익숙한 한국 대졸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 대졸자를 뽑기 위한 취업박람회에 참여하는 일본 기업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코트라 글로벌 취업박람회 참여 일본 기업은 2013년 21개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84개로 3년 만에 4배나 늘었다. 올해 5월에 열릴 박람회 참가신청기업은 벌써 100개가 넘었다. 강민정 코트라 일본지역본부 담당차장은 "한국 학생을 뽑아본 일본 기업들은 만족도가 높아 다시 참여하고, 또다른 기업에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자연스레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일본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2014년 339명에서 지난해 1103명으로 3배 가량 늘었다. 특히 IT와 사무·서비스(무역과 관광서비스 등)가 90%를 차지했다. 워킹홀리데이(단기체류근로)까지 포함하면 올해 1월 기준 4만 8121명의 한국인이 일본에서 근무 중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이 중 전문·기술 분야 종사자수가 43.5%(2만 937명)에 달해 중국(24.4%) 베트남(7.2%) 등에 비해 질 좋은 직장에 다니는 한국 사람이 많다는 분석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세종 =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