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페라계의 신데렐라, 소프라노 여지원의 금의환향

오페라계의 '신데렐라'가 따로없다. 무명이던 그녀의 목소리가 거장의 눈에 들고,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 선보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남짓에 불과했다. 소프라노 여지원(37) 이야기다.
지난 2015년에 이어 올 여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소프라노로는 유일하게 오페라 주역을 꿰찬 그녀가 금의환향을 했다. 한국에서 세계적 거장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하는 '베르디 콘서트'를 앞두고 3일 기자들과 만난 여지원은 으레 기대함직한 '위풍당당한 디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국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동양인 소프라노인데 한국에 오니 알아주시는 분이 많아 너무 부담스럽고 긴장이 돼요. 오랜 기간 전 노래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거든요."
서경대 성악과를 거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1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보내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13년. 라벤나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맥베스' 주역을 따낸 여지원을 눈여겨 본 무티는 1년 뒤 "역할에 흠뻑 빠져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특별한 오디션을 제안했다.
세계 최대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서 자신이 지휘하는 오페라 '에르나니'의 여주인공 역할을 염두에 둔 오디션이었음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조차 몰랐죠. 그저 감개무량했어요." 올해 그녀는 다시한번 무티가 지휘하는 이 무대서 세계적 프리마돈나 안나 네트렙코와 더블캐스팅으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주역을 맡는다.
마에스트로가 뭐라고 칭찬하더냐고 묻자 그녀는 "제 목소리가 예쁘다고 하시더라"며 수줍게 웃었다. "저는 소리를 타고나지 못해 약점이 참 많았어요. 유학갈 때도 주변에선 응원보다 우려가 많았고요. 대신 좌절하지 않고 약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즐겼죠. 요즘 유학생 친구들은 '네가 우리의 희망'이라고 할 정도예요.(웃음)"
무티가 지휘하는 이번 내한 콘서트에서 그녀는 '맥베스''에르나니''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등 베르디 오페라들의 주옥같은 아리아를 선보인다. 공연은 6~7일 경기도문화의전당·롯데콘서트홀.
[오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