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 前대통령 정치적 완패…"변호인단 전략미스가 패착 원인"
입력 2017-04-01 09:13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21일만에 전격 구속되면서 그를 방어해온 변호인단의 구성과 대응전략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던지는 시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통해 정치적으로 완패를 당한데 이어 한달도 안돼 구속되는 법적 패배까지 당함에 따라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변호인단에 싸늘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두고서는 구속전 피의자심문 과정에서 혐의를 일관되게 부정하는 전략이 패착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상당부분 혐의를 소명 영장청구서를 토대로 영장전담 판사가 심문을 진행하는데, 설득력 있는 반박 논리도 없이 혐의를 부인하는 데만 급급하면 판사 입장에서는 피의자의 도주나 증거인멸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핵심 사안에 대해서만 부인하는 식의 심문 전략을 펼쳤어야 했는데 변호인들이 제 역할을 못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탄핵심판에서도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 등 일부 변호인들의 비상식적인 변론 행태가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파면결정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탄핵심판에 이어 검찰수사까지 변호인단의 연이은 실책이 박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는 유영하·채명성·황성욱·손범규·정장현·위재민·서성건·이상용·최근서 변호사 등이 선임계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를 두고 변호사업계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변호인단이라고 하기에는 애초부터 '경량급' 인선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 출신이거나 업계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는 변호사들로 변호인을 구성한 것이 의아스럽다"며 "특히 검찰 수사와 구속, 기소를 앞둔 피의자를 방어하는데 그럴듯한 검찰 출신 변호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실력있는 형사사건 전문변호사들이 즐비한 대형로펌들이 의도적으로 박 전 대통령 사건 수임을 꺼려했기 때문으로 파악됩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대형로펌 등 소위 변호사업계에서 잘 나간다는 변호사들을 수차례 접촉했지만 번번이 선임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초기부터 여러 대형로펌을 돌아다니며 수임을 의뢰했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하지만 대형로펌 입장에서는 잘해봐야 국민적 지탄만 받을 수있다는 생각에 한 곳도 사건을 맡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이 오히려 변호사 선임의 장애물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된 1995년 11월 16일까지 변호인을 찾지 못하다가 기소된 후에야 청와대 사정과 민정수석을 지낸 김유후, 한영석 변호사를 선임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법무법인 태평양 등 초대형급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대거 합류한 점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너무 뚜렷해 변호사들이 선뜻 나서기를 주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형사사건 초기단계에서는 구속과 기소, 보석 등의 절차에서 형사전문 변호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구속사유와 기소될 혐의, 보석 불가 사유 등이 너무 뻔해 변호사들이 선임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본격적인 형사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는 "검사장이나 법원장급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변호인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는 그가 변호인단의 변론 전략을 믿고 따를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권위 있는 변호사가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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