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주장'을 비난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에서 열린 북극 관련 포럼에 참석해 "러시아와 미국은 경제, 안보, 지역 갈등 등 논의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며 "(미국 내) 상황이 좋아지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미국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반(反)러시아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가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거듭 부인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캠프 인사들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것을 내통이라고 규정하는 데 대해 '헛소리'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에선 주미 러시아 대사가 누구를 만나든 그것을 스파이 행위로 본다"며 "외교관이 정치 엘리트, 기업인, 의원, 백악관 관리 등을 만나는 것은 외교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미국 상하원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포함한 트럼프 캠프 인사 20여명을 조사 중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정상을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미국이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을 적이 아닌 파트너를 맺고 싶은 강대국으로 간주한다"며 "양국이 북극, 시리아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문제에서 대화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어 "러시아와 미국이 협력해야만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테러리즘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북극 정상회의, 또는 올해 7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관계 경색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외교관계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무책임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상황을 1960년대 카리브해 위기(쿠바 핵위기) 때처럼 몰고 가서 어쩌자는 것이냐"라며 경고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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