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상 대통령 첫 파면·구속 `대선가도 변수로`
입력 2017-03-31 15:23  | 수정 2017-03-31 15:26

지난달 31일 새벽 4시30분. 박근혜 전 대통령(65)은 화장을 지우고 주름살을 그대로 드러낸 창백한 얼굴로 검찰청에서 나와 경기도 의왕소재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한마디도 입장표명도 안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지 18시간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탄핵에 이어 구속까지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의전과 경호도 모두 중단됐다. 특유의 올림머리를 풀고 화장마저 지운채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일반 피의자들과 똑같이 수용기록부 사진도 찍었다.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면만으로도 일찍이 헌정사에 없던 비극이자, 국격 훼손을 초래하는 아픈 역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두평 남짓한 구치소 독방에서 생활하며 검찰 추가조사와 재판을 준비한다.박 전 대통령은 뇌물 직권남용 강요 등 13개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지난해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처음 대국민 담화를 내넣은지 5개월, 헌재에서 파면된지 3주만이다.
이날 새벽 3시께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역대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전날 영장심사는 역대 가장 긴 시간(8시간41분)을 기록할 만큼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사투를 벌였다.
양측은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내도록 강요하고(직권남용·강요), 삼성의 경영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을 받은(뇌물) 혐의를 집중적으로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재단 설립은 문화·체육 융성 정책의 일환이고,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조사를 마친 뒤 4월19일 전까지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늦어도 10월 중순 1심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구속수감은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대선정국에도 적잖은 변수로 떠올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민심은 야권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보수층 결집가능성이 다소 커졌다. 그동안 침묵했던 '샤이 보수'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결과"라며 말을 아꼈다. 문재인캠프 대변인 박광온 의원은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고, 안희정캠프 대변인 강훈식 의원은 "법원의 상식적인 결정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측은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가 실현됐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유력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박근혜 시대가 이제 끝났고, 국민들도 그를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면서 "강력한 우파 신정부 수립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촉구했다.
[강계만 기자 / 이현정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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