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부리한 눈으로 타자를 살피는 스카우터들은 선수의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등을 통해 선수를 평가한다. 베이스를 밟아야만 점수가 나는 야구에서 이 통계값들이 높을수록 점수를 낼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여러 통계 중 스카우터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OPS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타자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은 루상에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면서 득점과 가장 밀접한 통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장타율과 출루율을 일대일로 더하는 방식이 타자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장타율보다 출루율이 높은 사람이 득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출루율이 4할(.400)이고 장타율이 3할5푼(.350)인 타자의 OPS는 0.750이다. 반면 출루율이 .300이고 장타율이 .450인 타자의 OPS도 0.750으로 같다. 득점생산성은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OPS만 봐서는 이를 알 수 없다.
김혁주 원광대 수학·정보통계학부 교수는 이같은 통계를 수정한 '가중수정 OPS'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먼저 현재 타자가 희생플라이를 치면 출루율이 떨어지는 기존 출루율 공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희생플라이는 주자의 진루를 돕지만 정작 타자 자신의 출루율은 떨어진다"며 "분모에 '타수+사사구수'를 넣고 분자에 '안타+사사구수'를 넣는 '수정출루율'을 사용하면 득점력과 OPS 간 상관관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식으로 1982년도부터 지난해까지 벌어진 1만7100번의 모든 경기당 팀 평균득점과 수정 OPS, 기존 OPS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7개년을 제외한 28개년도에서 수정 OPS가 기존 OPS보다 팀별 득점과의 상관관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격지표 중에서는 OPS가 평균득점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지만 수정 OPS를 사용하면 평균득점과의 상관계수가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가중수정 OPS' 연구도 진행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1대1 비율로 더한 현재 OPS에 가중치를 부여한 것인데 이 비율을 바꿔본 것이다. 김 교수는 1만7100번의 모든 경기에 'a× 수정출루율 + (1-a) × 장타율'을 대입한 뒤 a값을 0~1까지 0.1 단위로 바꿔가며 OPS와 득점의 상관관계를 비교했다. 김 교수는 "a값이 0.6일때, 즉 출루율에 60% 비중을 뒀을 때 득점과 OPS와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내용을 지난해 열린 한국야구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가중수정 OPS가 현재 OPS보다 득점력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만큼 그 값이 높은 선수가 팀 득점 기여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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