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너희를 반겨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너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전후 처리를 위해서다. 너희가 할 일은 단 하나다. 덴마크 서해안에 매설돼 있는 독일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야. 그리고 너희들도.”
전쟁에,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는 세계에, 과연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란 게 존재할까.
총성보다 더 강렬한,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잊혀져가던 그 아픈 역사가 영화로 탄생했다. 고결하고 감동적인, 대담하고 도전적이며 현신적인 전쟁 영화의 탄생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이 저미는, 휴머니즘 정서가 짙게 묻어있는, 진실한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이다.
서해안 해변에 심어진 나치의 잔해를 처리하는 건, 다름 아닌 어린 소년병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덴마크군은 포로로 잡아둔 독일 소년병들을 독일군이 매설한 지뢰를 찾아 해체하는 작업에 투입시킨다. 어떤 자비도 배려도 없다. 그들이 어린 소년병들에게 행사한 건 오로지 폭력뿐이었다.
독일 패잔병의 행렬과 이들에게 주먹을 날리는 라스무센 상사의 모습에서 시작된 영화는 처참했던 전쟁이 남긴 상처와 이로 인한 앙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년병들이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석 달, 한 번의 실수가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 소년들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목숨을 건 행군은 계속된다. 1mm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지뢰 해체 작업이라는 소재만으로도 러닝타임 내내 지루함을 느낄 틈은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소년병들의 처절한 모습은 분노를 넘어 형언불가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작품 속에는 승전국의 가해자적인 그리고 패전국의 피해자적인 측면이 과감없이 묘사된다. 독일인도 전쟁의 피해자였다는 기존의 시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연합군의 비도덕성, 폭력성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다룬다. 독일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소련이 저지른 대규모 약탈과 강간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연합군의 비인간적인 행위는 사실 우리에겐 생소한 영역이다.
감독은 소년 포로라는 약자에게 자행된 잔인한 앙갚음을 거침없이 폭로하고 아픔의 역사를 우직하게 고찰한다. 승자와 패자가 아닌 강자의 횡포와 약자의 무력함이라는 보다 근원적이고 한 차원 확장된 기준으로 당대의 유럽을 담아낸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인간애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포로와 군인의 교감하게 되는 과정 등은 자칫 진부하고 신파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감독의 탁월한 절제력과 우직한 믿음 속에서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묻혀있던 불편한 진실을 용기 있게 꺼내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에서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이 같은 일들은 여전히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곳곳에 남아있을 것임도 함께 시사한다. 단지 잊혀져버린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의 역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웃픈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독재만큼 참혹하고 현실이라고 믿기엔 판타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아이들에게 보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반성하고 고쳐가야 할지를, 어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4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kiki2022@mk.co.kr
너희를 반겨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너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전후 처리를 위해서다. 너희가 할 일은 단 하나다. 덴마크 서해안에 매설돼 있는 독일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야. 그리고 너희들도.”
전쟁에,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는 세계에, 과연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란 게 존재할까.
총성보다 더 강렬한,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잊혀져가던 그 아픈 역사가 영화로 탄생했다. 고결하고 감동적인, 대담하고 도전적이며 현신적인 전쟁 영화의 탄생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이 저미는, 휴머니즘 정서가 짙게 묻어있는, 진실한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이다.
서해안 해변에 심어진 나치의 잔해를 처리하는 건, 다름 아닌 어린 소년병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덴마크군은 포로로 잡아둔 독일 소년병들을 독일군이 매설한 지뢰를 찾아 해체하는 작업에 투입시킨다. 어떤 자비도 배려도 없다. 그들이 어린 소년병들에게 행사한 건 오로지 폭력뿐이었다.
독일 패잔병의 행렬과 이들에게 주먹을 날리는 라스무센 상사의 모습에서 시작된 영화는 처참했던 전쟁이 남긴 상처와 이로 인한 앙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작품 속에는 승전국의 가해자적인 그리고 패전국의 피해자적인 측면이 과감없이 묘사된다. 독일인도 전쟁의 피해자였다는 기존의 시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연합군의 비도덕성, 폭력성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다룬다. 독일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소련이 저지른 대규모 약탈과 강간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연합군의 비인간적인 행위는 사실 우리에겐 생소한 영역이다.
감독은 소년 포로라는 약자에게 자행된 잔인한 앙갚음을 거침없이 폭로하고 아픔의 역사를 우직하게 고찰한다. 승자와 패자가 아닌 강자의 횡포와 약자의 무력함이라는 보다 근원적이고 한 차원 확장된 기준으로 당대의 유럽을 담아낸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인간애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포로와 군인의 교감하게 되는 과정 등은 자칫 진부하고 신파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감독의 탁월한 절제력과 우직한 믿음 속에서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묻혀있던 불편한 진실을 용기 있게 꺼내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에서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이 같은 일들은 여전히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곳곳에 남아있을 것임도 함께 시사한다. 단지 잊혀져버린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의 역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웃픈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독재만큼 참혹하고 현실이라고 믿기엔 판타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아이들에게 보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반성하고 고쳐가야 할지를, 어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4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