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조용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이 다시 '친박 태극기'로 둘러싸였다. 일부 과격 지지자들은 벽돌까지 들고 취재진을 위협하는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다가올 수록 지난 10일 탄핵결정 당일처럼 격앙된 분위기가 번지고 있어 우려된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인 28일 오후.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는 4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검찰의 영장 청구를 비난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 중 20여명은 지난밤부터 태극기를 들고 사저 옆을 밤새워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 담당인 정송주 원장은 이곳을 찾았다. 오전 7시 45분께 택시를 타고 사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 원장은 자택 안에서 1시간 20분가량 머문 뒤 떠났다. 이는 자신의 '운명'을 가를 날이 다가오는 촉박함 속에서도 여전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박 전 대통령 의지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사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변호인단은 28일 오후 3시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주민들의 줄기찬 민원이후 '침묵과 평화' 모드를 유지해온 친박단체 집회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가능성이 커지자 다시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태극기를 든 친박단체 회원들은 "대통령님의 구속을 막겠다"며 사저 앞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일부 흥분한 지지자들은 난폭한 구호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들은 "김수남(검찰총장)이가 문제다" "전라도가 대한민국에 기여한 게 뭐가 있나"는 등 원색적인 구호를 쏟아내는 등 검찰의 영장청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서도 소리를 지르는 등 적대감을 드러냈다. 태극기를 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대통령 끌어내리니까 속이 시원하냐", "나라를 망쳐놓고 잘먹고 잘사나 보자"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오전 11시 58분께에는 자택 앞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을 향해 벽돌을 들고 위협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앞서 전날인 27일 오후 7시 15분에도 자택 앞에서 태극기로 방송사 기자 2명을 폭행한 아파트 경비원 김모(60)씨가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친박단체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반대하는 막바지 총력 집회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회원들을 상대로 자택 앞 총동원령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돼 수의를 입은 전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될 경우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앞 집회와 마찬가지로 과격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헌재 앞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집회 주최측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경찰서는 헌재 앞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정광용 국민저항본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며 경찰에 출석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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