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서울 부지 안에 전통호텔을 건설하기 위해 인근 노후 건물 철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다음달이면 서울에서 한양도성 성곽이 가장 잘 보존된 것으로 알려진 다산성곽길의 초입 경관도 더욱 살아나게 됐다.
호텔신라는 28일 중구청이 추진 중인 다산성곽길 명소화를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장충체육관과 성곽 사이에 있는 노후건물을 철거하고, 서울 중구청과 '다산성곽길 예술마당 축제'를 공동 개최한다.
다산성곽길 초입은 그 동안 난개발로 인해 노후 건물들이 진입로를 가로막아 접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호텔신라가 전통호텔 건립을 위해 주변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게 됐다. 이달 초부터 노후건물 철거를 시작해 다음달 중순이면 건물의 지상 3~4층이 사라져 그 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다산성곽길이 시원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5월 말 이후에는 다산성곽길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새롭게 조성돼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산성곽길은 서울시 중구 다산동과 남산 동쪽 능선에 걸쳐 위치한 총 길이 1.1㎞의 구간으로 한양도성 전체 18.6㎞ 중에서 주요 축성 시기별 성체(城體)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 한 곳이다. 도성의 시기별 축성사를 한 지역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각자성석이라는 한양도성의 독특한 축성사를 대표하는 성곽돌이 다량 발견되기도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의령시면(宜寧始面)이 새겨진 각자성석은 삼성과 호텔신라의 창업주이기도 한 고(故) 이병철 회장의 고향 선조들이 1396년 이 지역을 축성했다는 기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호텔신라를 의령군 지역 출신 후손인 삼성가에서 경영하고 있다는 역사적 조우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의령시면 각자성석 주변에 모형 각자성석을 만들어 방문객이 탁본을 직접 떠보는 체험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 중구청, 다산동 주민들과 함께 제4회 다산성곽길 예술마당 축제도 연다. 인근 갤러리, 예술공작소의 자원을 활용해 공연·공예·푸드·전시·전통놀이·성곽길 비경 포토·'각자성석' 바로알기 탁본 등 총 12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호텔신라는 다산동 지역주민과 함께 '성곽길 웨딩연(宴)'이라는 재능기부 행사도 연다. 중구청과 호텔신라가 함께 예비부부 1쌍을 선정해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다산성곽길 예술마당 축제 때 전통 혼례를 재해석한 야외 웨딩을 여는 방식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세계적인 한양도성 성곽길이 관광 명소가 되도록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