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권 교체기 공백 막아라" 협의 나선 정치권
입력 2017-03-27 16:01 

차기 대통령도 원할한 정권 인수를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는 보궐선거로 당선돼 임기가 바로 시작되는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27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정우택 자유한국당·주승용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보궐 선거로 당선되는 대통령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대통령직인수법)을 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각 당은 29일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목표로 인수위 운영 기간과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무위원 추천권 등 세부사항을 두고 논의한 뒤 3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할 방침이다.
여야 5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에는 차기 대통령이 인수위를 설치해 인사 추천을 받고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으로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후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국무총리가 없어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 약 한달 가까이 조각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설치되더라도 정상적인 권력 이양 때와 달라는 점이 많다. 당선에서 취임까지 2개월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던 정상적인 정권 이양과 달리 준비기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군 통수권은 중앙선관위가 대통령 당선을 결정하는 순간 신임 대통령에게 넘어가게 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 개시는 중앙선관위가 전체 회의를 열고 대통령 당선인을 결정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4조에 따르면 궐위로 인해 선거가 치러지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 이번 대선의 경우 5월9일 투표가 진행된 후 5월10일 새벽에 당선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고 개표 결과를 선관위가 확정하는 순간 군 통수권도 이양된다. 임기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된 경우에는 대통령 취임 당일 오전 0시를 기해 군 통수권이 이양된다.
미국 처럼 블랙박스(핵가방)를 넘겨받는 상징적인 이양절차는 없고 다만 군 통수용 지휘 전화 박스가 신임 대통령에게 옮겨짐으로써 이양된다. 의전·경호상 국가원수 예우도 당선 확정과 동시에 시행된다.
대통령 취임식도 보통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대규모로 하지 않고 당선이 확정된 날 오후에 국회 회의장 안에서 간략하게 거행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이 방안을 확정할 수는 없고 당선이 되면 당선자에게 제안하고 당선자쪽에서 이를 확정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야 후보가 확정되면 이런 내용을 사전에 설명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수위법 개정과 함께 취임식에 관한 사항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미리 결정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설치가 설치되더라도 현 장관과 새로운 정부의 동거가 한두달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국무총리와 장관은 국회의 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몇몇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동거기간은 더 길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새 정부는 장관보다 청문회 절차가 필요없는 차관을 먼저 임명해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정권을 이양하고 국정 아젠다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 초에는 원래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될 수 밖에 없다"며 "청문회가 필요없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을 먼저 임명하고, 차관을 임명해서 차관들이 청와대와 조율해서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정부 조직 개편 공약을 내세웠더라도 당분간은 현재 부처 체제로 행정부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부처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대학교수 A씨는 "대통령 당선인이 부처 개편을 공약했더라도 구체적인 방향은 인수위 과정에서 바뀔 수 밖에 없다"며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도 인수위에서 정부 개편안을 논의하고 결정한 뒤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안두원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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