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의 길 열렸다
입력 2017-03-27 14:47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송재관 교수(왼쪽)와 울산의대 의생명과학과 장은주 교수.

국내 연구진이 내과적 치료로 대동맥판막의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나이가 들어 석회화가 진행해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게 되면서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그동안 인공판막으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이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송재관·의생명과학과 장은주 교수팀은 환자 및 실험동물의 판막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대동맥판막이 굳어지고 딱딱해지는 석회화를 분석한 결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효소인 디펩티딜펩티다제-4(DPP-4)가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과도하게 증가해 대동맥판막의 석회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또한 이 기전을 이용해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를 투여하면 대동맥판막 석회화의 진행이 억제된다는 것도 대동맥협착증의 실험동물을 이용한 연구에서 함께 증명해냈다.
특히 연구팀은 DPP-4 억제제의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용도를 최초로 입증한 것을 인정받아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 등록에 성공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DPP-4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약제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미 개발된 이 약제들을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제로 재창출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기전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가진 쥐와 토끼 두 가지 동물질환 모델에 DPP-4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양이 증가되면서 석회화가 억제되고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발생이 예방되는 것이 확인됐다.
장은주 울산의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10~15년의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통상적인 신약개발 과정과는 달리, 시장에서 이미 사용되어 안전성이 검증된 DPP-4 억제제를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제'라는 새로운 신약으로 재창출해 곧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진단되더라도 증상이 나빠질 때까지 별다른 약물치료 방법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약물치료를 통해 병의 악화를 막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심장 분야 최고 권위지인 '써큘레이션(Circul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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