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광주 TV토론서 결국 얼굴 붉힌 문재인 안희정
입력 2017-03-24 15:00 

더불어민주당 경선운동 과정에서 '네거티브 책임론' 공방을 벌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호남경선을 사흘 앞두고 열린 광주지역 TV토론회에서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안 지사는 24일 광주MBC에서 열린 제7차 합동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문 후보의 전반적인 정치흐름을 보면 상대는 갑자기 나쁜 사람이 돼버린다. 그리고 문 후보 자신은 옳은 사람이 되버린다"면서 "저 마저도 '애 버렸네' 이런 수준의 공격을 당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안 지사는 이어 "그런데도 문 후보는 침묵하거나 좋은 말씀만 하고 있다"며 "캠프의 성격과는 상반된 이미지로 계시고, 아래서 일어나는 굉장히 많은 싸움은 방치하고 계신 것 아느냐"고 몰아세웠다.
평소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잘 하지 않는 안 지사로선 이례적인 발언이다.
양측간 감정대립은 페이스북에서 시작됐다. 문 전 대표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두환표창' 논란 관련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 동지들이 네거티브 때문에 되레 신선한 정치 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글을 올리자, 안 지사도 22일 새벽 2시 페이스북에 "문 후보는 끊임없이 나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 심지어 나의 침묵까지 공격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어 "문재인캠프의 이런 태도가 얼마나 질겁하게 하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원색적인 어휘로 비판을 이어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안 지사의 공세에 '한 팀'을 다시 강조했지만, 양측 간 감정의 골은 좁혀지지 못했다.
이 같은 설전은 호남관련 토론에서도 계속됐다. 안 지사는 "2012년 그 많은 몰표에도 우리는 졌다. 호남은 개표 결과 고립된 섬이 됐다"며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동시에 호남의 지지를 호소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탈당인사들을 향해 '반개혁적'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탈당한 분들에게) 반개혁세력이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을 선택한 호남 민심이 뭐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직접적은 대응보다는 대탕평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차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들을 살펴보면 전북출신의 경우 장관은 아예 없었고 차관만 4명에 불과했다"면서 "책임총리에 대한 대탕평 인사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호남총리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어 "호남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소외된 인재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 전 대표는 안 지사를 겨냥해 "전남 공약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고 역공을 펼쳤다. 이에 안 지사는 "공약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같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지역 현안을 시도지사들도 잘 알고 있는 정책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다. 국가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지역소외 없는 정치적 리더십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예산이 편중되게 만드는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지 말씀드리는 것이 먼저"라고 받아쳤다.
'호남이 무엇을 원하느냐'을 두고서 후보들은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두 번의 민주 정부가 호남의 기대에 못미쳤던 것은 인사차별을 뿌리뽑지 못했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권교체로 만들 3기 민주정부는 두 가지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국가든 지역이든 분열하면 지역 발전을 하지 못한다. 분열을 극복시켜야 지역발전에 대한 동력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어떤 시설물을 지어주고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피를 흘리며 싸워서 추구한 인권과 평화, 끊임없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도 대연정론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 최성 시장이 "호남 민심을 들어보니 안 지사 개인에 대해선 호감이 많은데, 한국당과의 연대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이 많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과 대연정은 잘못됐다고 시원하게 얘기해달라"고 하자, 안 지사는 "광주시민 여러분, 전남·전북도민 여러분. 저 안희정이 (대연정) 해내겠습니다. 한국당도 함께 개혁에 동참하도록 만들어보겠다. 민주당 깃발꼽기 힘든 충남에서도 무상급식 등 민주당 개혁정책을 다 관철시켰다"고 되받아쳤다.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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