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화자찬만 하는 외교장관…트럼프행정부 `한국 소외`는 현실로
입력 2017-03-24 14:52 

23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은 일본 주재 미국대사로 월가 출신 윌리엄 해거티(56)를 지명했다. 이로써 한국을 뺀 동북아 3강(중·일·러)의 트럼프 행정부 외교라인 인선이 완료됐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한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한반도 문제가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데 정작 '주한 미국대사' 인선만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일명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사임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의 자리는 두 달째 공석이다. 2014년 10월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리퍼트의 후임자로 누가 물망에 오르는지조차 깜깜 무소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국무부도 누가 주한 대사로 올지 전혀 모르는 눈치"라며 "수 차례 물어봐도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해외 주재 대사의 임명 속도가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확정한 대사 지명자는 중·일·러 등 동북아 3강과 유엔·영국·이스라엘·세네갈·콩고 공화국 등 8개국 대사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유엔, 영국, 이스라엘 대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나 중량감 있는 정치인 출신이 내정됐다. 미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 국가라는 상징이다. 한국은 중요도에서 이들 국가들보다 쳐진다는 의미다. 세네갈과 콩고 대사에는 직업 외교관이 지명됐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미국에게 있어 중·러·일과 비교할 때 한국의 중요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외교 수뇌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 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백악관이 일본 대사를 지명한 날 워싱턴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고 긴밀한 한·미 고위급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방한 당시 만찬 약속을 못잡은 외교 수장이 너무 낙관적 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이를 설계하고 집행할 미 외교·안보 부처 고위급 자리가 모두 공석인 것도 우리에겐 큰 문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상원 인준이 필요한 미 국무부·국방부의 주요 직책은 총 172개다. 24일 기준으로 이중 상원 인준을 통과해 실제 업무에 투입된 사람은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메티스 미 국방장관,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 단 3명이다. 청문회를 준비 중인 지명자를 포함해도 20명에 불과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북 정책 검토가 끝나고 미국이 실천에 옮길 시점이 다가왔지만 실제로 추진할 사람이 없는 형국"이라며 "틸러슨도, 매티스도 모두 한반도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같은 인사 공백은 우리 입장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의 공석이 길어지는 건 트럼프가 한국에 별 관심이 없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의 경고음이 켜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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