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中企 기술 뺏는 갑질 막는다…경찰 기술유출 집중단속
입력 2017-03-24 14:48 

현금자동화기기(ATM) 기계를 만드는 효성그룹 계열사 간부 A(45)씨 등 직원 3명은 하청업체의 영업기밀을 빼돌려 경쟁 회사에 넘기는 등 '갑(甲)질 횡포'를 벌이다 최근 경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이들은 계열회사가 부품 납품 단가를 낮춰주지 않자 "부품의 신뢰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영업기밀인 제작도면을 빼낸 뒤 다른 경쟁 하청업체에 넘겼고, 이 업체로부터 더 낮은 단가에 제품을 공급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납품단가를 낮춰 이 대기업 계열사는 이득을 취했지만, 기존 하청업체는 경영에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경찰은 A씨 등과 이들로부터 제작도면을 넘겨받은 다른 협력사 대표를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이 이처럼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기업체에서 일하면서 회사의 기술기밀자료를 유출해 외부에 팔아넘기는 기술유출 범죄를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24일 경찰청은 오는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국가 핵심 기술 등 중요 산업기술 유출 사범에 대한 기획 수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은 외사(外事)·보안 등 수사부서와 유기적인 상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일선 경찰관들을 상대로 산업기술 유출 수사를 전문화하고 디지털 증거 수집과 분석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압박해 기술을 유출을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소기업이 신고·예방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 등 유관기관과 기술보호 설명회도 개최한다.
경찰이 이처럼 기술 유출·탈취 사범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국가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경찰은 산업기술유출 사건 114건을 적발해 326명을 검거했다. 이는 전년인 2016년과 비교해 16%가량 늘어난 수치다.
앞서 지난 1월에는 300억원의 가치를 가진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술' 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던 중소기업 연구원 2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중소기업의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었다. 실제로 관련 기술이 해외로 넘어갔으면 국내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지난 10월에는 경남의 한 조선소에서 부서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핵심 기술을 자신의 노트북에 몰래 저장한 뒤, 중국의 경쟁업체에 기술자문으로 입사해 관련 자료를 사용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산업기술유출팀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범죄 예방 활동에 경찰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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