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WBC] `말말말`로 되돌아 보는 네 번째 야구 잔치
입력 2017-03-24 06:01 
아담 존스는 슈퍼캐치로 미국과 이 대회를 구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네 번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났다. 이번 대회는 역사상 최초로 누적 관중 100만을 돌파하며 최고 흥행 대회로 기록됐다. 또한 주최국 미국의 우승으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안에서 대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문제점도 발견됐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 차출에 인색했다.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회를 빛냈지만, 동시에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나오지 못했다. 대회에 나온 선수들도 구단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애매한 대회 규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1라운드 D조 경기에서 사달이 났다. 타이브레이커에 진출하는 팀을 결정하는 이닝당 실점 규정에 대한 해석 차이로 진출팀이 번복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한달간 야구판을 뜨겁게 달궜던 네 번째 야구 잔치. 이 대회에서 나온 말들을 통해 이번 대회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 마이 갓."
벅 쇼월터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은 미국 대표로 나선 팀의 주전 중견수 아담 존스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펜스 위에서 홈런을 낚아챈 캐치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 타구를 친 선수는 같은 팀 3루수 매니 마차도였고, 마차도는 헬멧을 벗어 존스의 플레이에 경의를 표했다. 쇼월터는 "마차도의 대처 방법도 마음에 들었다. 둘이 같은 팀이라는 것을 경기 전에 몰랐다면,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마차도의 행동에도 칭찬을 남겼다.
현역 시절 토니 클락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선수 시절 첫 번째 WBC가 시작됐는데 불운하게도 대표팀에서 오는 전화는 없었다. 그래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제 4년마다 내가 놓친 기회를 떠올리고 있다."
토니 클락 MLB 선수노조 사무총장.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선수 생활을 한 그는 현역 시절 이 대회에 나가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로 이 대회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캔자스시티 단장이 이 장면을 싫어합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는 울고 있었다. 나는 이것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해줬다. 그는 열심히 했다. 가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베네수엘라 대표로 출전한 캔자스시티 로열즈 주전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는 1라운드 경기 도중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한 같은 팀 백업 포수 드루 부테라의 홈 슬라이딩에 무릎을 다쳤다. 이후 부테라가 클럽하우스까지 직접 찾아와서 눈물로 사과를 했다고. 다행히 페레즈는 부상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개막전에는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도 이렇게 열정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 MK스포츠 DB

"이 대회는 월드컵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애매한 대회 규정의 희생양이 된 멕시코 대표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소속팀 LA다저스에 복귀한 후 기자들 앞에서 신랄하게 WBC를 비난했다. 멕시코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9회말 하나의 아웃도 잡지 못하고 5실점 후 패했는데, 이것이 수비 이닝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베네수엘라에 타이브레이커 진출권을 양보해야 했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이 사고를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규정했고, 클락 사무총장은 "WBC를 하다 보면 열정이 넘치기 마련이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런 시위가 있을 수도 있다"며 곤잘레스의 발언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WBC의 파이널 포는 대학농구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흥행에서 성공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 파이널 포(final four)는 농구 토너먼트의 다른 파이널 포보다 조금 더 일찍 열린다."
짐 릴랜드 미국 대표팀 감독은 4강전을 앞두고 이같은 말을 남겼다. 3월중에 열리는 WBC가 같은 시기 전국적인 관심 속에 진행되는 대학농구선수권의 인기에 가려 미국 내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브랜든 크로포드는 강한 승부욕을 보여줬다. 사진=ⓒAFPBBNews = News1

"뒷마당에서 농구를 하든, 비디오게임을 하든, WBC에 나가든, 나는 이기고 싶다."
미국 대표팀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가 결승전이 끝난 뒤 남긴 말. 그는 야구 종주국 미국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어떤 상황이든 자신은 이기는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다운 정신 자세다.
릴랜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진짜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나는 늙었고, 피곤하다. 그러나 오늘밤 경기는 준비됐다."
일흔셋의 고령에 미국 대표팀을 이끈 짐 릴랜드 감독은 결승전이 열리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말 스트레스받는다"며 피로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는 우승을 차지한 뒤 "다시는 유니폼을 입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회 우승을 자신의 지도자 경력 은퇴 무대로 삼은 것이다. 은퇴 무대가 이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우승을 확정지은 미국 선수단이 성조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도는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우리는 그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었다."
다시 릴랜드 감독. 결승전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종주국으로서 우승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유독 많았는데, 릴랜드는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운동 당시 사용한 문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를 인용했다. 순간 기자회견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호스머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이제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우리는 대표팀에서 복귀하지마자 시즌 모드로 돌아가서 우리 팀을 플레이오프, 월드시리즈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이 일의 미친 부분이다."
미국 대표팀 1루수 에릭 호스머는 이 대표팀이 그리울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WBC에서 국가를 위해 싸운 선수들은 이제 각자 소속팀으로 헤쳐 모여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