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무산됐다
입력 2017-03-21 14:36 
한양도성, [사진출처 = 문화재청]

서울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가 무산됐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14명으로 구성된 패널 심사를 진행해 이달 초 한양도성에 대해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려 등재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심사과정에서는 △진정성 △완전성 △보존관리계획을 비롯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 등이 검토되는데, 다른 요건은 충분한 반면 세계유산인 타 도시성벽과의 비교연구에서 한양도성이 갖는 '탁월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한양도성은 조선의 도읍인 한양을 둘러싼 성곽으로, 1396년 축조돼 6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문화재다. 조선의 수도 한양을 에워싼 길이 18.6㎞의 성으로, 국보 제1호인 숭례문과 보물 제1호인 흥인지문은 모두 한양도성의 성문이다.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과 비교하면 규모가 더 크고, 역사도 오래됐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하려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하며, '등재 불가'를 받으면 등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1995년 이후 등재를 신청한 유산 가운데 유네스코 자문기구로부터 '등재 불가' 결과를 받은 것은 2009년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과 한양도성뿐이다.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은 신청 당시 공룡발자국 화석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례가 없어 등재를 점치는 학자가 많지 않았지만, 한양도성은 세계유산 전문가들이 등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등재 불가 판정이 충격적이다. 일각에서는 등재 불가 판정은 등재 과정에서 전략을 잘못 수립했다는 의미란 지적도 나온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코모스로부터 '반려' 판정을 받은 '한국의 서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등재 추진하던 유산을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라는 본선 문턱에도 올리지 못하게 됐다. 지난 1995년 주민들이 등재를 반대했던 '설악산 자연보호구역'과 2009년 '등재 불가' 판정을 받은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을 포함하면 네 번째 자진 철회다.
정부는 한양도성에 이어 양산 영축산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등 7개 산사(山寺)로 구성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유산을 등재할 때 더 면밀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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