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신기 A350, 당장 타보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입력 2017-03-21 14:06  | 수정 2017-03-22 08:26
아시아나항공 광고팀

"도면 빼낸 것 아니냐."
아시아나항공은 최신 기종인 A350 도입을 앞두고 최근 제조사인 에어버스로부터 이같은 연락을 받았다. 국내 도입에 앞서 VR(가상현실)로 구현한 온라인 브로셔 때문이다. 박보미 아시아나항공 광고팀 대리는 "연락을 받고 웃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체력전으로 버틴 5개월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초 선보인 A350 온라인 브로셔가 최근 일 평균 방문자수 1만명을 넘기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 사이트(공식 홈페이지 외 소규모 웹사이트)로는 이례적인 성과다. 지난해 아바타 여행 프로젝트에 이어 A350 온라인 브로셔까지 잇따른 VR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아시아나항공 광고팀을 20일 서울 강서구 오정로 본사에서 만났다.
항공사는 제조사로부터 항공기를 구입했더라도 도면 등 주요 자료는 받을 수 없다. 기밀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항공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물론 항공기 기종과 기내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데 착안한 아시아나항공 광고팀은 A350 도입에 앞서 최신형의 항공기 를 간접 경험하도록 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실제 타보고 싶다는 기대감까지 주기 위해서는 이미지만 보여주는 기존의 인쇄형 브로셔만으로 한계에 있다는 판단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항공기 기내 VR 제작에 들어갔다.
김혜미 아시아나항공 광고팀 과장은 "내부를 촬영해 VR로 구현한 게 아니라 사람의 눈높이와 시선 처리에 맞춰 실제 걸어다니면서 보는 것처럼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어서 기내를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 만드는 기분이었다"며 "에어버스로부터 사전에 받을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A350을 도입한 타 항공사 자료를 참고하고 A350 좌석 시트와 동일한 직물을 찾아 직접 촬영하는 등 발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A350 온라인 브로셔에는 좌석 쿠션의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쿠션 모양도 제각각이고, 좌석 슬라이딩 속도까지 실제 좌석과 동일하게 구현했다. 마우스로 화면을 돌리면서 천장을 올려다 보거나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의 VR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오즈, **를 보여줘'라는 VR을 활용한 아바타 여행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평소 가보고 싶던 여행지나 최근에 갔지만 채 보고 오지 못한 여행지와 관련한 사연을 받은 뒤 아바타가 대신 여행하는 방식으로 360도 VR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실제 여행지에서 고프로 10여대를 연결한 모자를 쓰고 촬영했기 때문에 관광지의 현장감과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1편 '로마를 보여줘'에 이어 2편 'LA를 보여줘'까지 영상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2000만회를 넘었고 해당 노선에 대한 예약률도 전년 동기간 대비 최대 68% 증가해 '대박'을 쳤다.
이상환 아시아나항공 광고팀 대리는 "전체 예약률로는 두자릿수 성장세이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연결된 온라인 예약률의 경우 최대 409%까지 급증했다"며 "페이스북 팬도 기존보다 절반 이상 늘어나 취항지 소개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 향상 모두에서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정다정 아시아나항공 광고팀 과장은 "VR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이고, 항공사는 취항지와 고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마케팅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적중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해외 항공사와 LCC(저비용 항공사) 등으로 국내 항공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나 취항지 소개 같이 항공사의 광고 방식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 뇌리에 깊이 박혔던 아시아나항공의 광고가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게 뜸했던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이승환 아시아나항공 팀장은 "과거에 비해 다양한 항공사 광고를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기존에 활용해오지 않았던 광고 기법이나 기술을 활용해 취항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자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부서원끼리 해외 광고 사례는 물론 재밌는 사진이나 영상을 실시간 공유하면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대기업 내 광고 부서에 있으면서 고충도 있다.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전 내부의 많은 관계자를 우선 설득하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업이라는 독특한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만큼 여행 업계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는 필수"라고 박 대리는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격납고 등 보안구역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경험은 여전히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취항지는 전부 방문하는 것도 부서원들이 꼽는 항공사 광고팀의 최고 장점이다. VR 마케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막내급인 박 대리의 수상에 이어 부서에 대한 사내 관심과 지원도 늘었다.
이 팀장은 "온라인 브로셔로 당장 A350을 경험해보는 게 가능해졌다"며 "올해 A350 도입에 맞춰 지속적인 이슈화는 물론 기존 광고와는 다른 새로운 광고 기법에 계속 도전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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