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과 대비 일본의 `기동외교`, 한가지 목표 위해 종횡무진
입력 2017-03-20 16:32 

지난달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 '마라라고'로 함께 날아갔다. 두 정상은 팜비치의 주피터 골프 리조트에서 18홀을 돌고 정식 오찬 대신 햄버거와 핫도그를 먹으며 9홀을 더 돌았다. 하루 동안 27홀을 라운딩한 것이다.
이날 골프 회동에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손을 들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은 당시 미·일 정상회담의 상징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일본 내부에서는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아베 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의 굴기에 맞선 미·일 동맹의 강화였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일본 '기동외교'가 빛을 발했던 순간이다.
리더십 실종으로 한국 외교가 멈춰선 사이 일본의 외교는 종횡무진 세계 곳곳을 내달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아베 총리가 진행한 정상회담은 모두 17차례에 달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에는 당시 대통령 신분이던 트럼프를 만나기도 했다.
정상회담의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의 해외순방은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강화해가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진주목걸이 전략'에 맞선 '다이아몬드 전략'이다.

중국은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파키스탄, 미얀마 등을 목걸이처럼 엮어 인도를 압박하며 해양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항한 아베의 다이아몬드 전략은 일본과 미국(하와이), 호주, 인도를 잇는 마름모꼴의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대표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안보·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해 12월에는 미국 하와이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굳건한 미일동맹을 과시했다. 올 1월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개정안에 서명했다. 일본 자위대와 호주군 간에서로 탄약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정이다. 몇달 새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을 돌며 안보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일본의 중국 포위전략에서 동남아시아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기지로 꼽힌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했다. 중국과 대립중이거나 갈등의 여지가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안보벨트에 포섭하기 위한 차원이다.
중국과 전략적 공조관계에 있는 러시아에는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투자협력 방안을 내놨다. 이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물론 일본 외교가 늘 성과를 냈던 것은 아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 외교의 목표가 한국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본 외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전방위 외교에 나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10년 전부터 외교 인재 양성, 외교의 기동성 강화, 지일파 육성 등 외교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장기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외교력 강화를 일궈내는 데에 일조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의 '올-재팬' 외교도 눈에 띈다. 정부는 물론 기업, 의회, 학계, 지방자치단체, 비정구기구(NGO)를 결집해 외교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면담했고, 미국 내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3년에는 정치적으로 소원했던 모리 요시로 전 총리에게 러시아 특사직을 맡겼다.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역시 대통령이나 외교 장관의 해외 출장이 적지 않지만, 전략적 필요에 따라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여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 또한 필요한 이슈와 지역을 상대로 적극적인 동선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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