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금리상승기 모기지 금리 `폭탄으로`
입력 2017-03-20 16:19 

미국의 모기지 금리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 국채금리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데 이어 미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프레디맥의 30년 모기지 고정금리는 지난 16일 4.30%를 기록했다. 1주일 전에 4.21%였던 금리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0.25%포인트) 인상 이후 한층 치솟은 것이다. 1년 전에는 3.73% 수준이었다.
매슈 포인턴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말이면 모기지 금리가 최고 5.5%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 경우 25만달러를 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연간 3000달러 가량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매년 세차례씩 올려 2019년이면 3%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이 가시화할 경우다. 시장의 장기금리 기대치가 올라가면 장기 모기지 금리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대출 부담이 큰 채무자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미 금융권 일각에서는 모기지 금리 상승세와 채무자 부담 가중, 은행의 대출자산 부실 가능성 등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몽을 떠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년 반 동안 패니메이의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계약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201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지난 4년간 30% 가까이 올랐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자산가격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초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한껏 유입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2000년 세계 주택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3분기 지수는 155.95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모기지 금리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자금 유입 경로가 차단되면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 붕괴 경계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금리상승은 부동산시장만 위협하는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의 채권금리 상승이 미국 증시 랠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7일 2.5%에 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배당률인 1.91%를 웃돌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작년 7월 1.36%로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자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 움직임이 불거졌고 미 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했다.
월가에선 채권금리 상승으로 주식 투자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채권금리 상승은 미래의 인플레이션 신호"라며 "이는 모든 금융자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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