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의 한국 패션시장 공습이 시작됐다. 중화권 브랜드부터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잇따라 출사표를 던져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최근 홍콩 SPA 브랜드 '식스티에잇(6IXTY8IGHT)'은 서울 명동 공식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한국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명동 플래그십 매장은 약 300평 규모로,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큰 매장이다. 식스티에잇은 15~30세 여성을 겨냥해 매달 새로운 콘셉트로 캐주얼·스포츠의류, 홈웨어, 란제리 등 신제품을 출시하는 SPA 브랜드다. 홍콩과 중국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현재 130여 개의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홍콩과 중국에서만 사업을 전개하다 지난달 대만, 마카오에 진출하면서 해외로 시장을 넓히고있다. 식스티에잇은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H&M으로 유명한 스웨댄 패션기업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H&M)의 프리미엄 SPA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도 아시아 첫 매장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자라를 보유한 인디텍스그룹과 함께 세계 최대 SPA 기업으로 꼽히는 H&M그룹이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앤아더스토리즈는 H&M그룹이 2013년 론칭한 브랜드로 여성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가격대는 H&M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며 그동안 한국 소비자에게는 해외직구 브랜드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압구정 로데오점을 시작으로 경기 하남 스타필드와 온라인 쇼핑몰을 올해 오픈할 예정이다.
이처럼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앞다퉈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선발주자들의 성공사례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니클로' 경우 지난 2015년 국내 패션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자라리테일코리아도 같은 기간 29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한국이 아시아의 패션 트렌드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SPA 업체들이 한국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업계 분석도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조프레시'는 지난해 3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으며, '포에버 21'도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등 실패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데이즈;, '에잇세컨즈', '탑텐' 등 토종 브랜드들의 활약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자라 등도 현재 국내시장에서 수익성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힘있는 글로벌 SPA브랜드라고 하더라도 현지화에 실패하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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