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황병서·최룡해 등 북한 최고위층의 치열한 `권력 암투`
입력 2017-03-19 15:3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 통치' 속에서도 북한 핵심 지도부 사이에서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국책 연구기관이 밝혔다. 국정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9일 최근 탈북한 고위급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자료에서 "최근 북한 핵심 권력층 간에 갈등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의 핵심 간부들이 외견상으로는 협력하는 듯 하나 서로를 퇴출시킬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특히 최룡해가 지난 2014년 5월 군 총정치국장에서 갑작스럽게 해임된 배경에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황병서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황병서를 중심으로 한 조직지도부가 '최룡해가 군부 내에서 자신의 인맥을 구축해 세력화할 조짐이 있다'는 보고를 김정은에게 하면서 최룡해가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황병서는 최룡해가 빠진 자리인 군 총정치국장에 올랐고 최룡해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좌천되는 등 권력 구도에 변동이 생겼다. 김정은은 최룡해를 복권 시키면서도 그 역할을 '근로단체 총괄'로 한정하면서 힘을 많이 빼놓았다.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최룡해가 황병서에게 복수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총정치국장을 지낸 최룡해는 군부내 정치·군사·보위 부문 장성들을 잘 묶으면 쿠데타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기회가 오면 김정은에게 황병서의 위험성을 각인시켜 복수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룡해가 황병서를 끌어내리려는 상황에서 황병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역시 견제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김영철이 정찰총국 산하의 외화벌이 업무를 통일전선부로 이관하려 시도하며 세력 확장을 노리자 황병서가 김정은에게 "김영철이 개인 권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런 황병서의 보고 이후 김영철은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혁명화 교육을 받았고 그 뒤 황병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겼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영철의 혁명화 교육에는 지난해 말 전격 해임된 김원홍 국가보위상도 역할을 했다고 후문이다.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의 부임 이후 보위성의 대남 업무까지 넘보자 김원홍이 김정은에게 김영철의 부적절한 언행과 불륜설 등을 보고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2013년 장성택의 숙청을 주도하며 김정은의 '사냥개'라 불린 김원홍은 하지만 2012년 국가보위상에 오른 뒤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간부 수십여 명을 보위성으로 소환하면서 황병서와의 관계가 틀어졌고 결국 숙청을 당했다. 당시 김원홍이 군 관련 사항까지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황병서가 격분하며 조경철 보위사령관에게 "김원홍이 군단장, 사단장급 이상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하는지 24시간 철저히 감시하라"고 명령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최룡해의 견제로 김원홍이 숙청당하고 황병서의 힘이 빠진 상태지만 연구원은 북한 핵심 권력층 간의 갈등은 '휴화산'과 같다는 말이 떠돈다며 언제든 권력 서열과 구도에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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