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썸타는 토요일] 호텔은 노는 곳…`방탈출카페` 있는 호텔 어때요?
입력 2017-03-18 09:02 
지스테이 용산점 입구. 1층이 카페처럼 통유리로 개방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호텔업은 멋있는데 모텔 운영은 좀 그렇다? 20대에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모텔에 놀러갔다가 당장 바닥 광내기부터 시작한 박민우 지스테이 대표(34)에게 적어도 이 고정관념은 없는 듯하다. 비즈니스호텔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모텔 입구에는 가림막이 쳐 있고 진입 차량의 번호판까지 가릴 때였지만 친구들과 거리낌없이 우르르 들어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며 박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그날부터 친구를 졸라 모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한 그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점포당 억대 매출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대표가 됐다.
이십대, 도전에 가장 겁없을 나이. 하지만 '가오(자존심)'가 인생의 전부이기도 한 나이에 무일푼으로 모텔 알바부터 뛰어들었던 박 대표를 지난달 15일 매일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진행할 회의실에 들어오면서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터뷰 준비 내내 연신 전화벨이 울렸다. 당황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미안해 보이기도 하는 그의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표정은 '신남'이었다. "재밌죠. 일은."
그가 처음부터 호텔 운영을 고민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 일을 하며 배운 자산 관리와 원룸 보는 안목은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탁월했다. 영업에도 자신이 있었다. 처음에는 카운터도 못 미더워하던 사장님이 곧 그에게 '지배인' 배지를 달아줬다. 지배인 일을 하면서도 새로 올라가는 호텔이 있으면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자기 PR(홍보)'을 했다. 명함도 직접 팠다.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면 연락달라고 했어요. 건물주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요. 공사장 인부며 인근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 명함을 돌렸어요."
박 대표는 그 때를 떠올리며 '귀신에 씌었던 것처럼 미쳐 있었다'고 표현했다. 모텔업 자체가 흥미로웠다. 놀러도 오고, 쉬러도 오고, 자러도 오는 공간은 그에게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이었다. 특급호텔과 달리 뭘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스터디룸으로 모텔을 찾기도 한다. 방 안에 갇힌 상태에서 단서를 활용해 방을 탈출하는 방식의 '방탈출게임'을 비즈니스호텔에 접목한 것도 이 같은 열린 생각에서 가능했다.
여기어때 등 최근 숙박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의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됐다. 2030세대는 물론 4050세대도 요새 숙박 앱 하나 정도는 내려받아 사용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결국 가격이 제일 중요하다. 비즈니스호텔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진짜 중저가를 내세우려면 적당한 가격은 4만~8만원"이라며 "가격이 좋으면 교통이 조금 불편해도 온다. 다만 마케팅에서 불리하다. 이 때 숙박앱 도움을 많이 받는다. 마케팅 최전방 역할을 맡으니 운영 시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숙박 앱의 활성화가 결국 국내 숙박 문화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3시간 환불 보장제나 동일한 가격을 약속하는 회원가 보장제 등은 당장에는 점주에게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호텔에 대한 신뢰와 연결돼 재방문 고객이 늘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모텔은 현금 장사라는 생각을 떨쳐야 한다"며 "항공이나 호텔은 재고가 없다. 그날 안 팔리면 끝이다. 업종 자체에 대한 신뢰를 키워 고객이 부담없이 자주 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스트 하우스 같은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도 그가 주목하는 분야다. 게스트 하우스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젊은 사장님'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거지에 숙박이 함께 하는 쉐어 하우스가 가능하도록 창업 컨설팅을 맡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장·단기 주거 임대시장이 정착된 만큼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를 적용한 새로운 임대 관리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부동산 일을 해온 그의 경험이 바탕이 된 셈이다.
문제는 언어다. 그가 컨설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모텔에 대한 인식 개선 뒤 가장 와닿았던 문제 역시 언어였다. 비즈니스호텔 1층을 통유리로 만들고, 직원들에게 캐주얼 복장을 입히고, 숙박앱과 연계한 마케팅을 벌이는 게 내국인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이었다면 해외 이메일 예약 담당직원을 따로 두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외국어 1개는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외국인 유치를 위한 전략적 운영 방안이다. 모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있을 때 해당 업소를 찾는 외국인은 30% 이상 늘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4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며 2개의 호텔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그는 해외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전 지점에서 숙박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외국인 유치를 위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도 이 덕분이다. 당초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에서 단체관광객을 계속 받고 있었고 최근에는 무슬림 전문 해외 여행사와 협업하면서 아랍어와 할랄 공부도 시작했다. 일부 점포에 기도실을 마련하고 할랄 인증도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해외 단체 관광객 비중은 타사보다 훨씬 높은 40%에 달한다.
박 대표는 "한국의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외국인을 유입하는 것과 동시에 중소 호텔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형 공간으로 모텔을 알리고 싶다. 한국만의 독특한 숙박 양식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배동미 인턴기자, 사진 제공 = 지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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