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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스의 스무살을 보며, 류현진의 스무살을 떠올리다
입력 2017-03-18 06:01 
우리아스와 류현진, 두 선수의 스무살은 사뭇 다르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LA다저스 좌완 투수 훌리오 우리아스(20)는 2017시즌을 느리게 준비하고 있다. 캠프에서 가장 좋은 다섯 명의 선발투수 안에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를 다섯 명의 선발 투수가 아니라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선수는 잘못한 게 없다. 잘못이 있다면, 너무 어리다는 것이다. 지난해 19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2016시즌 마이너리그에서 45이닝, 메이저리그에서 77이닝,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5 2/3이닝을 던졌다.
2015년 80 1/3이닝을 던진 그는 지난해 이보다 47이닝이나 더 많이 던졌다. 해설자 톰 버두치는 2008년 자신의 칼럼을 통해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도에 비해 30이닝을 초과해 던지면 다음 시즌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일명 버두치 효과를 주장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아스에게 2017년은 아주 위험한 시즌이다.
다저스 구단이 이 이론을 얼마나 신봉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이들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2017년에도 그에 대한 보호 조치는 계속된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올해, 과정이 매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시즌 도중 마이너 강등, 불펜 전환 등의 조치를 통해 이닝을 제한했다면 올해는 초반에 이닝을 제한해 시즌 후반 건강한 모습으로 던질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그는 시범경기에서 5일 간격 등판을 하고는 있지만, 2이닝 이상 소화하지 않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는 첫 이닝에 투구 수가 30개가 육박하자 바로 교체했다.
어떻게 보면 과보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런 모습에서, 같은 팀 좌완 선발 류현진의 스무살 시절을 떠올려 본다.
류현진은 19번째 생일을 맞이한 2006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 30경기에 나와 201 2/3이닝을 던지며 18승 6패 평균자책점 2.23의 괴물같은 성적을 거두며 MVP와 신인상을 휩쓸었다. 완투는 여섯 차례였고, 완봉도 한 번 있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아시안게임도 소화했다. 스무살을 맞이한 2007년에는 211이닝을 던졌다.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최다 이닝 기록이다. 그해에도 30경기에 등판, 여섯 번의 완투와 한 차례 완봉을 기록하며 17승 7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야구는 괴물 신인의 등장에 환호하는 방법만 알았지, 관리하는 방법은 몰랐다. 그는 한국에서 7시즌간 1269이닝을 던졌고, 아시안게임(2006, 2010)과 올림픽(2008),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9)에 나갔다. 그리고 이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남겼다. 그때의 활약들은 지금의 류현진을 있게 만든 기반이 됐지만, 동시에 이후 고질적인 어깨 부상에 시달리게했다.

만약에라는 가정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만약, 스무살 시절 류현진도 지금의 우리아스처럼 관리를 받았다면, 부상에 덜 고통받는 투수가 될 수 있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류현진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그때 내가 안던졌다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의 활약덕분에 메이저리그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좀 더 관리를 받았다면 부상에 덜 시달리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경험은 덜 쌓였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문화차이라고 본다"며 말을 이은 그는 "이곳은 선수들도 많고 그러기에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며 준비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때 상황에 맞게 했던 거 같다. 그것 때문에 아프다, 이런 말은 핑계다"라고 덧붙였다.
부상이라는 상처가 아문 뒤 그 위에 남은 흔적들을 하나하나씩 털어내고 있는 류현진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22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세 번째 등판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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