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힘들다" 작심발언 쏟아낸 김홍국 하림 회장
입력 2017-03-16 16:57  | 수정 2017-03-16 17:23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에 들어가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규제가 많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180여 개의 규제 또는 지원이 생기거나 없어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우리나라가 대기업 규제가 제일 많은데 이러면 기업가 정신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완화해서 경제인의 창의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6일 분당시 판교에서 열린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오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에 속하게 된 하림그룹의 향후 운영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끼리 규제하면 그만큼 국가 경제에는 악영향인 것 아니냐"면서 "대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전세계 기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4월 대기업집단에 속했다가 지난해 9월 대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총액 기준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변경되며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팬오션 M&A(인수합병)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넘어 올해 다시 대기업이 됐다. 올해 공정위가 자산 기준으로 지정한 대기업은 총 40개로 이중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축산그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회장은 최근 치킨 가격 인상과 관련한 정부 개입에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최근 세무조사 및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 등을 언급하며 BBQ의 치킨 가격 인상안을 철회하도록 한 바 있다. 당초 BBQ는 오는 20일부터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주요 메뉴 가격을 9% 가량 올리려 했지만, 정부가 세무조사 등을 내세워 제동을 걸자 전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주재로 열린 외식업계 CEO 간담회에서 "가격 인상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BQ는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로 BBQ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은 "치킨은 최근 수년 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아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상승 요인 압박을 받아왔다"며 "원가 얘기를 많이 하는데 닭 공급가는 3500원 정도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이 치킨의 최종 가격 선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종 가격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데 정부가 조급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식산업 등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R&D(연구개발)를 위한 것이지 이를 사업화할 생각이 없다"면서 "자회사를 통한 대규모 자금 차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자회사를 활용해 손실을 메우는 돌려막기식 경영은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평소 나폴레옹의 마니아로 잘 알려진 김 회장은 이날 판교에 이각모 등 나폴레옹 관련 물품 8점을 전시한 나폴레옹 갤러리를 일반에 무료 개방했다.
그는 "'가슴으로 하는 경제'는 동양적인 사고 아니냐"면서 "평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공감한다. 규제를 풀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방식에 제동이 걸리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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