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외
입력 2017-03-16 10:01  | 수정 2017-03-16 10:01


'미움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 돌풍을 일으킨 기시미 이치로가 '잘 살아가기 위해 일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인생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우리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직장 내 인간관계의 문제점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월성의 추구로 "평평한 지평선 위에서 모두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미지"라고 설명하며 "자기보다 앞에서 걷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걷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가운데 각자 한 발 한 발 앞으로 걷는 것이 우월성의 추구"라고 말한다. 걷는 곳도, 걷는 속도도 다르고 때론 추월당하기도 하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면 그것이 우월성의 추구다.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파악하는 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은 끝없이 계속된다면서 경쟁의 장에서 내려오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일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저자의 경험과 함께 들려주면서 우리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일의 무게를 덜어내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피해자가 처참하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왜 가해자는 인권을 보호받을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동해보복법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소설이 출간됐다. '저지먼트'는 소중한 사람을 흉악한 범죄자의 손에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가해자한테 합법적으로 복수하는 과정을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 담았다.

'복수법'이라는 가공의 법률이 허용된 세계는 소설에만 존재하는 판타지지만 만인에게 공평한 법을 갈구하는 간절한 희망이 내재돼 있다. 저자는 복수의 과정을 그려내면서 그것의 무의미함을 함께 드러내고, 이를 통해 불합리한 현실 세계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소설은 복수란 무거운 주제를 통해 독자한테 생명의 가치와 삶의 의미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진중하게 묻는다.



이 책은 시간의 이동을 핵심으로 한 소설로, 화자의 시선을 통해 환영처럼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을 낯설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살핀다.

멕시코 신예 작가 발레리아 루이 셀리의 2011년작 첫 소설로 1920년대의 뉴욕, 1970년대의 뉴욕, 그리고 오늘날의 멕시코시티를 넘나든다. 문학에 대한 갈망에 사로잡혀 거짓의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여자와 과거의 기억에 시달리며 유령들과 대화를 나누는 소설가 등이 등장한다.

출간되자 독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전미도서재단 젊은 작가 5인상(5 Under 35)'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아트 세덴바움상'을 수상했다.



동학혁명, 천도교 창설, 3·1독립혁명이라는 세 가지 역사적 변혁의 중심에 서 있던 손병희. 그는 110여 년 전인 당시에 이미 보국안민의 계책으로 삼전론을 정립하였으며 교육 구국 운동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교육·문화의 도전론, 정치·외교의 언전론, 경제·산업의 재전론을 정립한 절세의 경륜가였다.

실제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 보성전문학교와 동덕 여학교를 경영해 인재 양성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의 인지 계발에 미치는 언론의 영향을 깨닫고는 '만세보'와 '천도교월보'를 창간했으며, 3·1혁명 당시 독립선언서가 인쇄된 보성사를 차려 출판을 시작하기도 했다. 즉 그의 삶은 단순한 종교지도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생애 전체가 우리 시대의 사표이자 겨레의 스승으로 삼아도 모자람이 없는 삶이다.

격동기의 경세가, 역사적 변혁의 중심 의암 손병희는 어떤 인물인가.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한 김삼웅이 손병희의 생을 좇으며, 그가 남긴 작은 흔적까지 놓치지 않고 살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평론을 덧붙였다.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는 출간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천문학계의 원로 학자인 홍승수 서울 대학교 물리 천문학부 명예 교수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추세력인 30대와 40대, 일명 '코스모스 세대'가 1980년대 청소년기에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받았던 감동과 열정을 되새기며 그때의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한국 대중 사회에서 과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한국 대중이 과학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학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파헤쳐 가는 책이다. 그리고 동시에 40년 넘게 연구와 교육, 그리고 공직에 종사해 왔고, 은퇴 후 대중과 만나며 자신이 평생 쌓아 온 지식과 지혜를 풀어 놓기 시작한 원로 천문학자 홍승수 교수가 대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자신의 출발점을 점검하는 책이기도 하다. 과학 콘텐츠 제작사인 '과학과 사람들'의 3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홍 교수의 강연 내용을 녹취해 정리했다.



행복한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암 진단으로 삶의 마지막에 서게 된 엄마가 2년여에 걸쳐 남긴 유쾌하고도 가슴 따뜻한 기록.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유방절제술을 받았던 저자는 1년 뒤 항암치료가 효과가 없었으며 앞으로 살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는다. 절망의 순간 그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기로 한다. 매해 해오던 파티는 여전히 진행됐고 술도 마셨다. 부상 위험이 있는 격렬한 로데오와 항암치료 일정을 조정해 좋아하는 밴드의 콘서트도 다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엄마 없이 자랄 딸에게 사랑을 전한 방법인데 '열세 번째 생일, 결혼식 날,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예비신부 축하 파티 날, 초등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날' 등 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순간순간에 전해줄 스무 개의 카드를 쓴다. 곧 엄마를 잃을 딸에게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엄마는 끔찍한 고통과 싸우면서도 끝까지 당당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 것이다.

그녀의 사연은 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들에 대서특필됐고 책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쓰는 것이 그녀의 삶을 지탱하게 한 마지막 잎새였는지 49일 만에 원고를 탈고했고 다음 날 눈을 감았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 선 평범한 엄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불행하다는 생각과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외침을 들어보자.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mbn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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