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업터전 짓밟는 바닷모래 채취 안 돼" 전국 어민들 대규모 해상시위
입력 2017-03-16 09:29 
해상시위/사진=연합뉴스
"어업터전 짓밟는 바닷모래 채취 안 돼" 전국 어민들 대규모 해상시위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요구하는 어민들의 대규모 해상시위가 15일 전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어민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전국 연안, 항·포구와 남해 골재채취단지 부근 해상에서 91개 수협 소속 어민들이 참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남해 배타적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 연장을 규탄했습니다.

남해EEZ바닷모래대책위는 전국에서 어선 4만여척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민들이 이처럼 전국 규모로 시위를 벌이기는 처음입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중대형 어선 200여척은 통영시 욕지도 골재채취단지 부근까지 나가서 해상 시위를 했습니다.


이날 이른 아침 선적항을 출발한 이 어선들은 애초 골재채취현장에서 시위할 계획이었으나 해역에 내려진 풍랑주의보 때문에 1시간가량 떨어진 욕지도 남쪽의 국도 주변으로 장소를 바꿨습니다.

3천여척의 소형 어선들은 전국 연안과 주요 항·포구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어민들은 오후 1시 수협별로 정부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골재채취 중단을 요구하는 의미로 30초씩 3차례 뱃고동을 일제히 울렸습니다.

충남 보령지역 어민 500여명은 대천항에 모여 "수산자원 씨 말리는 바다모래채취 전면 중단하고 어업터전 짓밟는 국토부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남 목포항과 여수 극동항에서도 각 200여명이 '어족자원 말살하는 모래채취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적은 펼침막을 들고 시위했습니다.

진도 수풍항, 영광 법성포항, 신안 압해도 송공항, 완도항, 해남 어란항 등지에서도 해상시위와 어민들의 거리행진이 열렸습니다.

전북 군산시 비응항 해상과 인근 위판장에서는 어민 300여명과 어선 30여척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욕지도 해상시위에 참여한 정연송 대책위원장(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바닷모래 채취는 어민 심장을 도려내는 행위로 더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어민들의 의지를 오늘 분명히 전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나의 산업을 죽이면서 또 다른 산업을 살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산업과 건설업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혜안을 찾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정부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국회의원은 "바닷모래 채취는 특정업계와 업자의 이득만 보장하는 불균형적 산업정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16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경제부총리, 국토부와 해수부장관을 상대로 허가 연장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철회를 촉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책위는 이날 총궐기대회에 이어 이번 주 중 감사원에 바닷모래 채취 전반에 관한 감사를 청구하기로 하고 이날 전국 시위현장에서 어민들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대책위는 국토부가 애초 국책사업용으로만 쓰기로 했던 바닷모래를 2010년 8월 민수용으로도 공급하기로 결정한 직후인 그해 12월께부터 국토부 출신이 골재협회 상임 부회장을 맡고 있어 감사를 통해 그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토부는 2008년 9월 남해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하면서 국책사업으로 용도를 제한했다가 2010년 8월에는 국책사업용 외에 민수용 채취도 허용했습니다.

이후 국책사업과 민수용 구분 없이 채취하도록 해 전체 채취량의 80~90%가 민수용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대책위는 밝혔습니다.

대책위는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위한 국민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토부가 가진 바닷모래 채취 허가권을 해양수산부로 넘기는 법률개정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국토교통부 계획보다 채취량을 줄이는 등 조건을 달아 1년간 더 연장하는 데 동의해 국토부가 조만간 업체를 선정하면 남해 바닷모래 채취가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집단 실력행사에도 국토부 등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민들의 반발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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