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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대표팀 탈락에도...WBC개최가 남긴 소득은?
입력 2017-03-16 06:31  | 수정 2017-03-16 09:15
WBC 1라운드가 펼쳐진 고척스카이돔.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인턴기자]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 최근 국제무대에서 한국야구는 강자로 자리 잡아왔다.
다만 최근 열린 WBC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3년 대회부터 이번 2017 대회까지 2연속 1라운드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특히 ‘고척돔 참사라고 불리는 이번 1라운드 탈락은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대회였던 만큼 국내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치는 대표팀의 플레이에 비난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표팀 성적과는 별개로 이번 WBC가 남긴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그 중 가장 큰 소득은 한국에서도 큰 규모의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낸 것이다. 사상 첫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WBC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고척돔도 개장 후 첫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 많은 준비와 변신을 했다. 고척돔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쌍둥이 전광판을 새로 설치하고, 좌석 배치도 새롭게 했다. 일부 자리는 가변식으로 바꿔, 더 많은 관중이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대회 운영 주체였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서울라운드 운영 전반에 많은 신경을 썼다. KBO는 각국 선수단의 공식 숙소(JW 매리어트호텔) 선정과 숙소에서 고척돔까지 교통문제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선수단 버스가 이동할 때는 경찰 호송차가 따라 붙어 혹여, 선수단이 차량정체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했다. 물론 대회 조직위원회(WBCI)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던 것도 이번 대회를 수월하게 치를 수 있는 큰 부분이었다. WBCI에서 대회전부터 각 국가마다 코디네이터를 정해줬기에 불만사항을 재빨리 청취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
KBO관계자는 선수단도 그렇지만, 각 국에서 찾아온 미디어관계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뿌듯하다”며 관중석이 많지 않음에도 미디어석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했다. 취재 편의 제공을 통해 ‘손님 대접 잘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이번 WBC개최로 한국 야구가 국제 야구계에 일정 부분 공헌했다는 점 또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3위인 한국 야구는 사실 상위 랭크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야구계에 뚜렷이 공헌한 게 없었다. 성인급에서 세계대회 유치는 1982년 세계선수권과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이었다. 그나마 가장 최근인 2012년에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잠실과 목동구장에서 치러진 적은 있다.
관계자는 보통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 때문에 경기를 하기 힘들었지만, 고척돔이 생기면서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A조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대만 응원단이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물론 팬서비스적인 측면에서도 이번 WBC는 한국 야구팬에게도 잊지 못할 기회를 선사했다. 바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수상자이기도 한 네덜란드 대표팀 안드렐톤 시몬스(28·LA에인절스)의 안정적인 수비가 나올 때면 비록 상대지만, 국내팬들은 박수와 환호가 보내기도 했다. 또 추신수(35·텍사스)의 팀 동료인 주릭슨 프로파르(24)의 날카로운 타격에는 눈을 떼지 못했다.
비록 이번 WBC 참패로 일각에선 한국 야구가 초심을 잃었다는 비난도 있지만,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설이나 경기진행에선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이제 국제 야구대회를 충분히 치를 만한 여건을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야구가 경기 외적으로도 성장했다는 것이 이번 WBC 개최로 얻은 최고의 소득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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