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식형펀드 몰락…작년 전세계 37조원 썰물
입력 2017-03-15 17:52  | 수정 2017-03-15 19:51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분석
주식형 펀드를 외면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이들 펀드에선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자금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공격적인 운용을 통해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됐던 주식형 펀드들이 지수 흐름을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보다도 저조한 성과를 보이면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펀드로 유입된 투자자금이 1조달러에도 못 미치면서 국내외 운용시장의 정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코리아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모닝스타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자산운용 트렌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팀 머피 모닝스타 호주 매니저 리서치 책임자는 "글로벌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1조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며 "이는 저조한 수익률 대비 비용이 높은 주식형 펀드를 외면한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 순자금 유입액은 2015년 1조달러에서 지난해 7280억달러로 감소했다. 순자산 규모는 2015년 28조6750억달러에서 지난해 30조6500억달러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반적인 자산운용 성장 속도는 정체되는 분위기다. 유형별 성장률을 보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변경하는 주식형 펀드와 전환형 펀드가 지난해 각각 -0.2%와 -12.3%로 부진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게 모닝스타 측 분석이다.
머피 책임자는 "지난해 글로벌 주식형펀드에선 한 해 동안 330억달러가 순유출됐다"며 "이는 전 세계 주식형 자산 규모의 1.65%에 불과한 수치지만, 201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월간 단위로 자금 순유출을 기록하다가 미국 대선을 계기로 11월과 12월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그나마 지난해 글로벌 자산시장에선 상장지수펀드(ETF) 등 특정 지수 성과를 그대로 따라서 운용하는 패시브 펀드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냈다. 2016년 말 기준 주식형 가운데 패시브 펀드 비중은 아시아와 미국 시장이 각각 44.1%와 41.7%로 주류 투자로 급성장했다. 이어 유럽(25.2%)과 역외펀드(24.5%) 시장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머피 책임자는 "무엇보다 패시브 펀드 약진은 비단 주식형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며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서 패시브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시장에서만 27.3%로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패시브 펀드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미국 호주 등 펀드 선진국에서 펀드 비용(보수) 체계를 단순 수수료 부과 방식에서 성과에 따른 운용 보수 중심으로 변환해 투자자의 선택 기회를 늘리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의 주류인 미국이 패시브 펀드 성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추세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맹목적인 투자자세로 ETF와 같은 패시브 상품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선진국 시장의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적극적인 운용을 취하는 펀드가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가령 미국처럼 주식시장이 변동성은 큰 반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 오히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머피 책임자 역시 "단기적 시각에선 패시브가 액티브를 이기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중장기 운용 수익률 측면에선 반대인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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