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드 후폭풍…면세점 3곳 시총 1조 증발
입력 2017-03-15 17:40  | 수정 2017-03-15 21:37
'사드용지 맞교환' 이후 피해업종 주가 분석해보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한국 관광 금지로 전면 확대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면세점, 화장품 관련 종목 주가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드로 인한 중국의 한국 기업 때리기가 계속되고 관련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는 한 해당 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워 전체 주식시장도 '박스피'를 탈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과 춘추항공, 오케이항공이 15일부터 제주와 청주로 운항하던 노선을 취소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행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는 총 22개로, 이 가운데 남방항공과 국제항공 같은 대형사들도 곧 한국행 노선을 감편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여유국이 지난 14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또다시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중국 비중이 높은 업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매일경제신문과 대신증권이 지난달 28일 이후 이날까지 11거래일 동안 사드 관련 업종 5개군, 15곳의 주가 수준과 중국 의존도를 분석한 결과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주가 하락폭도 컸다. 사드 영향이 큰 면세점, 화장품, 문화·예술(엔터), 항공·여행, 배터리 업종으로 구분해 시가총액 상위 기준으로 3곳씩 포함시켰다. 이 기간 15곳의 주가는 평균 4.4% 하락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2.3% 상승)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낙폭이 가장 큰 업종은 면세점 관련주(호텔신라·신세계·롯데쇼핑)로 평균 12.1%나 하락했고 3곳의 합산 시총은 1조2242억원 급감했다. 이 중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65%에 달하는 호텔신라는 16.3% 급락했다. 사드 관련주 15곳 중 외국인은 올해 실적 악화 전망에 호텔신라를 가장 많이 순매도(563억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화장품주도 마찬가지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업체 3곳(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아모레G)은 평균 6.3% 하락한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이 41%에 달하는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같은 기간 9.2% 하락했다. 중국 의존도가 18%인 LG생활건강은 3.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면세점, 화장품 업종 주가가 가장 많이 빠진 가운데 엔터주(에스엠·와이지엔터테인먼트·JYP)가 -3.6%, 항공·여행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하나투어)가 -3.2%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 의존도가 18%인 아시아나항공은 4.7% 하락했는데 중국 비중이 10%인 대한항공은 오히려 2.6% 상승했다.
배터리 관련주(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는 주가가 평균 3.1% 상승하며 코스피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중국이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미미하다보니 주가가 하락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33%, 20%지만 대부분이 화학사업에 집중돼 있다. 실제 LG화학은 중국 투자회사 융싱과 합작해 ABS와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노펙과 손잡았고 중국에서 해당 공장도 정상 가동 중이다. 외국인은 SK이노베이션을 1329억원, LG화학을 1302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를 예상했던 IPO시장은 사드 악재에 얼어붙고 있다. 마스크팩 전문업체로 예상 공모가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돌연 예비심사청구를 연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오는 7월께 코스닥 상장이 예고됐는데 상장 예비 단계를 미루면서 올해 상장 여부도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사드 타격을 받은 화장품주 투자 심리가 꺾이면서 상장 준비 기업들도 사드 악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단 기다리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마스크팩 업체인 SD생명공학이 상장했다가 공모 규모가 반 토막 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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