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재인 캠프로 향한 김광두·김상조
입력 2017-03-15 16:33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진보경제학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동시 영입했다.
대한민국 경제학계의 대표 보수·진보학자를 동시에 영입하면서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적 경제정책을 예고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그동안 재벌개혁과 큰 정부를 강조했던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 기조가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두 원장, 김상조 교수와 중도진보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캠프 영입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뜻을 모아 만들어야 한다"며 "진영에 갇힌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넘어 원칙있는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이번 인재영입 배경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 원장과 김상조 교수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셋이 함께 모여 경제 공부 모임도 하면서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이중 김 원장은 시장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보수학자인데다 18대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었던 인사라 눈길을 끌었다. 김 원장도 이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욕먹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잘 알지만, 욕 안 먹고 논평만 하는 것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통합과 균형을 위해 헌신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선거 과정까지는 도와드렸지만 취임 이후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박근혜정부가 시작된 이후에 일어난 정책은 저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김 원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정부정책을 두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과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정부 경제정책을 몇차례 비판했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김 원장이 팽당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귀띔했다.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교수도 그동안 정치권의 러브콜에 "특정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캠프 합류가 의외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문 전 대표가 재벌개혁 정책을 10대 재벌, 특히 삼성그룹에 집중해서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지난 공부모임에서 제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신 부분"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를 확인하면서 캠프 합류를 결심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번 인재영입으로 그동안 민주당 김진표 의원, 이용섭 전 의원,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이 주도했던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기조에 혼선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김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대선 경제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줄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제안한 장본인으로 시장과 성장을 강조하는 '서강학파'의 좌장이다. 증세와 큰정부, 재벌개혁을 큰 축으로 삼고 있는 문 전 대표의 경제철학과는 거리가 상당하다.
문 전 대표의 경선 상대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인 박영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도대체 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지향점은 무엇인지 혼동스럽다"며 "사공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언급하며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일자리 창출은 시장이 주도하는 게 맞지만, 아주 비상한 상황일 경우에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교수의 경우 재벌개혁의 큰 방향성에선 문 전 대표와 생각이 일치하지만 각론에선 견해가 상당히 다른 편이다. 일례로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방안의 핵심 방안으로 2금융권(증권·보험·카드) 계열사들을 대기업그룹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김 교수는 "사실상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한 재벌은 삼성 하나 뿐인 상황에서 재벌 전체를 대상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반대입장이다.
김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정책캠프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재벌개혁방안 밑그림을 그려온 최정표 건국대 교수와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놓고도 입장차가 크다. 최 교수는 출총제 부활을 강력 주장하는데 반해, 김 교수는 "이미 대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로 상당부분 전환한 상태에서 출총제 부활은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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