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러시아 문학의 두 거장, 대학로에서 만나는 감동
입력 2017-03-15 15:47  | 수정 2017-03-15 15:51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9세기 러시아에서 문인은 사상가이자 예언가로서의 역할을 맡았다. 혹독한 질곡의 삶을 살아간 민중을 그리면서 이웃 사랑을 설교했다." 박종소 서울대 노문과 교수가 말하는 러시아 문학의 특징이다. 러시아 문학은 냉혹한 현실을 가감없이 담아내면서도 그 안에 인간에 대한 묵직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21세기 대한민국에 러시아 문학의 인기가 뜨겁다. 러시아의 두 거장, 고리키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이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위대한 원작에 못지 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다.
혁명가이자 문학가였던 막심 고리키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사조 아래 하층민들의 생활을 묘사하는데 천착했다. 대표작인 희곡 '밤 술집'은 여인숙에 모여 사는 가난한 이들의 희망과 절망이 날마다 교차하는 삶을 다룬다. '프랑켄슈타인'을 성공시킨 창작뮤지컬의 대부 왕용범 연출은 원작의 배경을 선술집으로 바꿔 뮤지컬 '밑바닥에서'로 선 보인다. 작품은 등장인물 개개인의 사연을 술과 더불어 노래로 풀어낸다. '밑바닥에서'란 제목은 가난의 밑바닥이 아닌 인간 내면의 밑바닥을 말한다. 가난보다 가난이 주는 인간 내면의 절망을 서정적인 음악으로 달랜다.
2005년 초연 당시 연일 전석 매진 기록한 작품이다. 10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에는 이성준 음악감독이 합류했다. 밑바닥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청년 페페르 역은 최우혁이 , 페페르에게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나타샤 역은 김지유가 맡았다. 200석 안팎의 소극장에 왕용범 사단이 총출동한 셈이다. 학전블루소극장에서 5월 21일까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피악(나진환 연출)은 총 3권으로 이루어진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원작을 1부와 2부로 나눈 독립된 두 편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공연시간이 각각 3시간30분, 총 7시간에 이른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 시대에 시골 지주 카라마조프 집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변론 과정이다. 연극은 '친부살인'의 범죄자를 쫓는 줄거리 아래 주인공들이 벌이는 변명과 논쟁을 통해 인간 내면을 다층적으로 해부한다.

일흔을 앞둔 정동환이 1인 4역을 맡아 열연한다. 연극 속 화자인 도스토옙스키와 알료샤의 정신적 지주인 조시마 장로, 예수를 심문하는 대심문관, 이반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식객(악마)까지, 선과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관록의 연기를 선보인다. 소설의 절정으로 꼽히는 '대심문관' 부분에서 정동환은 홀로 20분 넘게 철학적인 대사를 쉼호흡 한 번 없이 쏟아낸다.
작품은 원작이 가지는 거대한 인문학적 힘을 연극적 언어로 충실히 재창조해냈다. 원작에는 없는 도스토예프스키를 해설자로 등장 시켜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았다. 복잡한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나 일그러진 본성을 표현하는 장치로 거울을 사용한 감각적인 연출도 돋보인다. 19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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