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그너의 정수를 70분에 담아낸 서울시향
입력 2017-03-15 15:45 
지휘자 에도 데 바르트. [사진제공 = 홍콩필하모닉]

공연깨나 보는 사람에게도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는 녹록잖다. 그중에서도 바그너의 영혼이 깊게 서린 역작 '니벨룽의 반지'는 유별나다. 총 4부작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전체 연주에 총 15~16시간이 소요되는 대작 중의 대작. 마법의 힘을 지닌 반지와 신, 거인, 난쟁이와 영웅들이 등장하는 중세 독일 전래의 서사시를 뼈대 삼는 '니벨룽의 반지'는 아리아 위주의 이탈리아 오페라와 뚜렷이 구분되는, '오케스트라 음악 위주'의 독일 오페라 전통을 확립했다.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반지의 제왕' 시리즈 역시 바그너의 작품이 영감이 됐다.
이처럼 뜻깊지만 감상에 도전할 기회가 여의치 않던 관객이라면 오는 17~18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바그너의 반지:관현악 모험' 콘서트에 꼭 와볼 만 하다. 16시간짜리 '니벨룽의 반지'를 70분 가량으로 편곡한 관현악 작품이 연주된다. 네덜란드 작곡가이자 타악기주자 헨크 데 블리거가 4부작을 구성하는 '라인의 황금''발퀴레''지크프리트''신들의 황혼' 각각에서 대표적인 곡 2~5개씩을 뽑아 편곡한 버전으로, 극의 흐름을 면밀히 검토해 전체 작품을 상대적으로 균형감 있게 전달한 점이 미덕이다. 지휘를 맡은 네덜란드 출신 75세 거장 에도 데 바르트는 1991년 이번 편곡 버전을 초연한 장본인이다. 1979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로엔그린'을 선보여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음악감독으로 재직했던 네덜란드라디오필하모닉, 미네소타오케스트라와 '니벨룽의 반지' 전곡 사이클을 완성한 세계적 바그너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 이날 공연 1부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피아노 신성 베조드 압두라이모브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공연은 17~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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