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지 직원 달래고 알아서 피하고"…中 소비자의 날 맞은 롯데 표정은
입력 2017-03-15 15:03  | 수정 2017-03-16 15:08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던 서울 남산 한옥마을이 15일 중국 당국의 한국관광상품판매 금지 지침이 시행된 이후 텅 비어있다. [사진 = 강영국 기자]

"1만명 넘는 현지 직원들이 동요할까봐 걱정이에요.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직원들 정서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롯데마트 관계자)
"중국인 직원들과 민감한 얘긴 아예 꺼내지도 않아요. 알아서 피하는 거죠." (롯데면세점 직원)
15일 중국에서 '소비자의 날'을 맞은 가운데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롯데 직원들이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다.
예고됐던대로 이날부터 중국에서 한국관광상품판매가 중단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절벽'이 현실화 될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에서 방영될 소비자고발프로그램 '완후이'에서 다룰 기업으로 롯데가 유력한 상황은 롯데 직원들을 더욱 좌절감에 빠지게 한다.
이미 사드 배치에 따른 반롯데·반한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해당 방송에서 '롯데 때리기'에 나설 경우 매출 급감은 물론 어떤 유무형의 피해를 당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완후이는 이미 해외기업들 사이 공포 그 자체로 통한다. 문제가 있는 해외 기업이나 브랜드명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물론 중국 소비자들 사이 불매운동의 기폭제로도 유명해서다.
롯데 관계자는 "아무래도 (완후이에서) 롯데가 다뤄진다면 롯데마트 내용이 나오지 않겠냐"며 "현지 직원들을 통해 방영될 기업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있지만 정확히 확인된 바가 없어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99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이미 사드 보복으로 인해 60여곳에 달하는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다. 보통 중국에서 영업정지 기간은 한달이지만, 완후이란 방송을 탄다면 이후 영업 재개 여부를 단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마트 측은 "지금으로서는 중국에서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며 "다만 현지 직원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고 달래는 일에 안간힘을 쏟을 뿐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점포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 수는 1만3000여명에 이른다. 영업정지 점포 직원들은 한달간은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100%를 보장할 수 없다. 현지 직원들의 이탈이 우려되는 이유다.
중국인 동료를 둔 롯데면세점 직원들 역시 곤혹스럽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 직원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시화된 이후에 중국인 동료와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며 "(이야기를) 해도 민감한 얘기는 알아서 피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재개장을 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에게 중국인 관광객 수 감소로 인한 실망감은 배로 더 커 보인다.
월드타워점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어렵게 복직해서 일을 다시할 수 있다는 기쁨이 참 컸다"며 "하지만 또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에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롯데면세점은 한국관광상품 판매 중지란 중국 당국 지침이 시행되는 15일 전후로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연매출의 70% 가량을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롯데 측은 "중국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당한다고 우리가 먼저 말 할기도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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