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찌꺼기 기름 벙커C유로 속이고 45억 챙겨
입력 2017-03-15 11:08 

정유회사에서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을 벙커C유라고 속여 팔아 45억원가량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에는 정유회사 직원과 코스닥 상장사, 정제업체, 판매업체 등이 광범위하게 연루됐다.
15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총책인 알선업자 강모 씨(38)를 구속하고 모 정유회사 차장 김모 씨(48)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강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모 정유회사에서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기름 '슬러리 오일'(Slurry oil) 2만2000t을 난방용 등으로 사용하는 벙커C유라고 속여 경남 모 발전소에 89억원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슬러리 오일은 ℓ당 200원에, 벙커C유는 400원에 거래됐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챙긴 부당이득은 45억원에 달한다.

슬러리 오일에는 알루미늄, 실리콘 등 다량의 중금속이 함유돼 있어 그대로 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화점이 불규칙해 연료장치 고장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슬러리 오일은 추가 정제 등을 거쳐 벙커C유로 만들어 사용하거나 타이어 제조 원료로 쓴다.
강씨 등은 정유회사에서 슬러리 오일을 정제업체에 팔고 정제업체가 이를 벙커C유로 바꿔 매매상을 거쳐 발전소에 되판 것으로 서류를 꾸몄다. 그러나 실제로는 슬러리 오일이 정유회사에서 저장탱크를 거쳐 곧바로 발전소에 공급됐다. 정제업체와 매매상 등은 수수료만 챙겼다.
또 코스닥에 상장된 모 벤처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면서 매매과정에 참여했다. 2015년 12월 부실회계로 거래가 정지된 이 기업은 이 같은 불법거래를 매출 실적으로 활용해 지난해 1월 주식거래를 정상화했고 수수료도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벤처기업으로 등록했던 이 기업은 회사 정관까지 바꾸며 범행에 가담했고 지금은 다른 기업에 합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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