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 등장 "19세 이상 성인 사용 불가"
입력 2017-03-15 09:36  | 수정 2017-03-15 11:35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개방형 성인용품 매장 앞에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붙은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가 설치됐다.
자판기에 100원을 넣어 레버를 돌리면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콘돔 2개가 나온다.
광주 동구 충장로 개방형 성인용품 판매장 '스팟라이트' 업주는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의 제안으로 이 자판기를 지난 2월에 설치했다.
업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판기를 이용하려는 성인들에게 '청소년 전용 자판기'임을 알리고 사용을 제지한다.

업체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여 명이 이 자판기에서 콘돔을 사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콘돔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동물 실험도 진행하지 않은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개당 1400원에 팔리는 콘돔 2개를 불과 100원에 판매하는 취지는 콘돔구매가 연령제한이 없음에도 청소년들이 자유롭지 않은 현실을 바꿔보자는 데에서 시작됐다.
전국에 이 같은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가 설치된 곳은 광주 충장로를 비롯해 서울 2곳, 충남 홍성 1곳 등 모두 4곳이다.
2016년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약 절반이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그중 21.4%는 임신을 하거나 9.1%는 성 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로 드러났다.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는 직접 개발한 콘돔을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배달해주는 '프렌치레터(콘돔의 영어식 은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콘돔이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식이 청소년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방식이란 한계를 뛰어넘고자 자판기 보급에 나섰다.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콘돔을 공급하지만, 100원씩 받은 수익금 전액도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한다.
박진아 인스팅터스 공동대표는 "중요한 것은 콘돔이 필요한데 구할 수 없어서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청소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있다는 사실이다"며 "자판기 설치 초기에는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왜곡된 인식 탓에 꺼리는 곳이 많았지만, 이제는 학교에도 설치해달라는 제안이 접수될 만큼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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