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 금리인상 앞두고 은행·증권株 동반랠리
입력 2017-03-14 17:55 
미국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앞두고 은행주와 증권주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시장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은행에는 호재이지만 증권사에는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마진이 좋아지는 은행에는 유리하지만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는 불리해지기 때문.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은행과 증권 업종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은행주뿐 아니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주도 최근 1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행·증권 대장주들이 이례적인 동반 랠리를 보이고 있다. 특히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급격히 호전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이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의지를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올해 국내 기업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증권주가 선제적으로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가장 주가가 많이 상승한 종목은 하나금융지주로 전월 말 대비 13.8% 상승했다. 뒤이어 DGB금융지주(11.5%), KB금융(10%), BNK금융지주(6.6%), 신한지주(6.2%) 순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동안 주가 상승에서 소외됐던 지방은행마저 최근 은행주 랠리에 동참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광주은행이 14일 최근 1년래 최고가(1만1300원)를 기록했으며, DGB금융지주도 13일 최근 1년래 최고가(1만1800원)를 달성했다. 대구은행은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87% 선으로 높은 수준이라 금리 인상 국면에 이익이 느는 속도가 빠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들이 운용할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의 폭이 커진다. 13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77%로 2월 말 1.67%에서 열흘 새 0.1%포인트나 상승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자 은행들이 대출의 옥석을 가린다는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NIM이 상승하는 추세다.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에 최근 시장금리 인상분이 한 달 늦게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은행의 NIM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은행 담당 연구원은 "1분기 은행 NIM이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 말~5월 초까지는 양호한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주도 3월 들어 코스피 상승세에 힘입어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이달 들어 키움증권(4.3%), NH투자증권(3.9%), 미래에셋대우(3.2%), 대신증권(3.1%) 등이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손보다 금리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기대감이 주가를 받치는 모양새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로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 상환이 늘어나고, 대통령 탄핵 이후 국내 증시에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증권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태현 키움증권 증권담당 연구원은 "이달 초부터 급등한 시장금리가 향후 안정화할지가 1분기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 호조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증권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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