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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삼성전자 CFO "지주사 검토" 언급에…삼성그룹株 급등
입력 2017-03-14 17:47  | 수정 2017-03-14 20:15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 결과를 이르면 다음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한다. 삼성전자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상훈 사장(사진)은 14일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과 관련해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에 차질 없이 검토하고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사장은 "해외주주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 방식으로 콘퍼런스콜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24일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질의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 주주총회에서 발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재차 상승세를 탔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87% 오른 20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총수 구속에도 삼성전자가 그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주주친화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 재확인됨에 따라 삼성 계열사 중 지배구조 핵심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의 주가도 급등했다. 이들 기업 주가의 전날 대비 상승률은 삼성물산 9.09%, 삼성생명 4.59%, 삼성SDS 5.10% 등이다. 삼성물산과 삼성SDS는 총수 일가가 대주주로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얘기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여러 단계에 걸쳐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고,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검토에만 최소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사장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면서도 "다만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6개월간의 검토 기간이 지난 뒤인 올해 5월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특검 수사와 함께 구속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겪으면서 삼성그룹의 전체적인 경영 일정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검토 작업 자체는 꾸준히 진행됐지만, 이를 위한 정치·사회적 환경 자체는 크게 바뀐 상태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논란도 커지면서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삼성전자의 다른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 계획 자체에 변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정적인 내부 기류도 감지된다. 만약에 다음주 주주총회에서 발표한다면 애초 검토 기간보다 2개월가량 앞당겨진다는 점에서 당장 추진보다는 당분간 보류한다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추진하기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지주회사 전환이 삼성전자만의 이슈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의 발언은) 아주 원론적인 얘기로 확대해석할 내용은 아니다"면서 "애당초 지주사 전환을 검토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송성훈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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