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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고수익 화학 비중확대…영업익 3조 기대
입력 2017-03-14 17:42  | 수정 2017-03-14 20:03
◆ 기업 분석 / SK이노베이션 ◆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정유·화학사 SK이노베이션 주가가 7% 오르는 동안 기아자동차는 7% 떨어져 양사 간 시가총액 격차는 1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기아차를 따돌리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17위에 등극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상승세는 올 들어 1325억원이나 순매수한 외국인의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학사업 비중을 매년 키워온 것에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적 개선에 따른 고배당 정책, 전기차 배터리 같은 신사업 투자로 기업 실제 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모두 갖췄다는 분석이다.
주가 수준이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3조원이 넘는 현금 자산과 같은 각종 지표가 매수 근거로 등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 정유사라는 간판에 만족하지 않고 종합화학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사업별 영업이익 기여도를 보면 석유사업이 48%, 화학사업이 40%, 기타 배터리 및 윤활유 사업이 12%로 구분된다. 안정적 수익 기반인 석유사업 비중은 매년 줄고 있지만 화학사업이 증가하며 영업이익을 높이고 있다.
사실 화학사업은 단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없는 '효자사업'이다.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4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석유사업은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지만 이때도 화학은 영업이익 3592억원을 냈다. 이후 매년 꾸준히 늘어 작년에는 3분기까지 7424억원을 기록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학사업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 성과가 이 회사의 실적과 직결된다. SK이노베이션의 PX 생산 능력은 작년 말 기준 연간 260만t으로 에쓰오일(180만t), 한화토탈(170만t) 등 경쟁사보다 많다.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정제해 만들며 합성섬유 원료인 PX 마진은 최근 상승 중이다. 작년 12월 평균 t당 367달러 수준이었던 PX 마진은 이달 420달러 선까지 올라갔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PX 마진은 PX값에서 원료인 나프타를 뺀 값인데 유가가 하락하면서 제품 마진이 올 들어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 내 소비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PX와 같은 화학제품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매력은 중국 내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드 악재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2013년 중국 시노펙과 65대35 비율로 합작한 '중한석화'는 1000명이 넘는 중국인을 고용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드 안전지대'로 꼽히는 중한석화는 출범 1년 만인 2014년 이미 흑자로 돌아섰고 2015년과 작년에 각각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에는 두 달간 정기 보수에 들어가면서 공장 가동 기간이 짧았지만 올해는 중국 내 석유화학 제품 공급 부족 현상으로 풀가동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한석화 실적은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이며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의 영업 외 수익으로 잡혀 전체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영업손실 1828억원을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화학사업 호조에 따라 영업이익 3조원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주주 환원책으로 배당을 늘리며 외국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업체의 작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액의 비율)은 35.7%로 LG화학(28.7%), 롯데케미칼(7.5%)보다 높다.
동종 업계 대비 저평가돼 주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는 7.5배로 국내 에쓰오일(8.6배), LG화학(12.7배)에 비해 낮고 외국 정유사인 미국 발레로(13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0.8배에 불과한 PBR는 롯데케미칼(1.2배)에 비해 낮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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