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 경선토론 `통합이냐 적폐청산이냐` 불꽃 튀는 설전
입력 2017-03-14 16:50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TV토론을 가졌다. 최성 고양시장(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처음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은 통합이냐, 적폐청산이냐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는 정치 무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퇴장한 이후 향후 경선과정에서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설지, 확장성에 무게를 둘 것인지 각 후보 캠프의 선거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화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연대를 통한 적폐청산에 무게를 둔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여소야대 현실 가운데 여권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에 무게를 실었다.
◆통합이냐 청산이냐…文 "야권연대로 충분" 安 "대연정 말곤 대안없어"
문 전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공중파 3사 등 방송 5개사가 주최한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안 지사의 대연정론을 겨냥해 "대연정은 소연정으로 다수파를 이룰 수 없을 때 하는 것"이라며 "지금 구조상으로는 야당들끼리만 함께 힘을 모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지사는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연정 밖에는 답이 없다"면서 문 전 대표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처리할 때마다 촛불을 들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대연정이 국민통합과 국가개혁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에는 두 후보 모두 동의하지만 방법론 측면에서 문 전 대표는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권 간 소연정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인 반면, 안 지사는 여소야대 및 국회선진화법 현실 앞에서 대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 지사가 "의석수 180석이 확보되지 않으면 법통과가 불가능한 정치현실 속에서 소연정으로는 개혁입법 통과가 쉽지 않다"고 하자,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은 국민 힘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다수의 국회의원과 함께해야만 개혁과 적폐청산을 하는 게 아니라 국민 지지와 동의를 받으면서 함께 해나간다면 야당들도 그에 대해 저항하거나 반대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李 "헌재 판결은 도둑 두목 하나 잡은 것에 불과"
이 시장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두고 "도둑때 두목 하나 잡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적폐청산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 도둑떼를 이웃으로 두고 어떻게 통합을 하나"라면서 "통합의 이름으로 범죄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안 지사가 이에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모든 국민을 안아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시장이 좀더 품이 넓고 따뜻한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하자, 이 시장은 "나는 이웃집과는 잘지내고 저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과도 대화한다"면서도 "내가 청산하자고 하는 건 이웃집 이름으로 숨어 있는 도둑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安, 김종인 탈당 책임 文책임론 제기
'통합이냐 청산이냐'를 놓고 진행된 토론은 지난주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문제로 이어졌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우리당으로 모셔와 지난 총선에서 큰 도움을 받았는데도 저의 대연정 제안에 야박하게 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전 대표 탈당을 두고서 문 전 대표는 만나서 만류하지는 않고 '안타깝다'고만 했다. 문 전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작년 총선 이후 안철수 박지원 의원 탈당 등에서 보듯 당내에서도 효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끄느냐"고 공세를 펼쳤다.
문 전 대표는 직접 만난 사실은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중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만류하는 노력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전 대표를 모셔올 땐 생각에 많은 차이는 있지만 경제민주화만큼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면서도 "김 대표의 정치행보가 정당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당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전 대표를 모신 것은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위한 것이었지만, 안 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에는 의회의 다수파가 되겠다는 것 외에는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대연정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1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명경선 선언식에선 각 후보자들의 기호도 결정됐다. 후보들이 직접 공을 뽑아 추첨한 결과 이 시장이 1번, 최성 고양시장이 2번, 문 전 대표가 3번, 안 지사가 4번을 받았다. 이 시장 측은 기호 1번이 좋다며 특히 좋아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