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5월 대통령 선거)'이 가시화되면서 정작 유통업계 시선은 5년 전을 향하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표를 의식해 유통업체의 출점 및 영업규제가 본격화됐던 5년 전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미대선을 앞두고 20대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유통산업을 옥죄는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13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부터 올해 2월까지 국회에 발의된 유통규제 법안(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모두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로 꽁꽁 묶는게 골자다. 선거를 앞두고 서민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새로 등장한 유통산업 규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통과된 유통 규제법안보다 강도가 훨씬 더 세졌다. 한 유통업계 CEO는 "선거철이 돌아오자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유통업 규제 범위과 강도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소비 절벽'을 불러일으키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예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닌달 발의한 대규모점포의 상권영향평가 확대 법안이다. 현행법상 새 점포 개설시 반경 3km 이내까지 상권 영향을 평가해야 하지만, 박 의원은 이 면적은 반경 10km(1만5000㎡)까지 세 배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을 기준으로 본다면 경기 하남시 미사대로의 스타필드 하남과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서울 송파구, 경기 구리시, 경기 남양주시까지 상권 영향을 측정해야만 개설 허가를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건 사실상 산꼭대기 아니면 신규 점포를 내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영업시간 규제도 더 집요해졌다. 작년 11월 김종훈 무소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백화점의 매주 일요일 의무휴업, 시내 면세점 월 1회 휴업을 강제하는 법안이다. 국내 백화점 업계의 연 매출액(거래액 기준)은 약 30조원이며 이 중 일요일 매출 비중은 약 8%(2조 4000억원)이다. 만약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백화점 업계 매출은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규제법안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강제로 문을 닫아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무엇보다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는 "한국 유통규제는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형 유통업체 간 갈등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며 "유통업체들이 아니라 소비자의 눈에서 바라보고 소비자 편익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규제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김유태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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