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헌재 변론의 결정적 증언들…재판 모독 발언까지
입력 2017-03-11 19:32  | 수정 2017-03-11 20:25
【 앵커멘트 】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이후 92일째 되던 어제(10일), 헌법재판소가 드디어 박 전 대통령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17번의 변론과 26명의 증인, 취재기자와 함께 탄핵심판의 전과정을 다시 되짚어보겠습니다.

【 질문1 】
한민용 기자, 탄핵심판 중요한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네, 일단 1월 3일 첫 변론기일부터 살펴봐야 될 것 같은데요.

당시 헌재를 이끌던 수장이죠, 박한철 전 소장은 단 네글자로 심판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한철 / 전 헌법재판소장 (1월 3일)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대공지정의 자세로 엄격하고 공정하게 최선을 다하여 심리할 것입니다."

'대공지정' 아주 공평하고 지극히 바르게 하겠다는 뜻인데요.

이에 질세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도 탄핵심판 초반, 명언을 남겼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언론에 선동된 잘못된 판단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건데요.

▶ 인터뷰 : 서석구 / 박 전 대통령 변호인 (1월 5일)
- "민주주의 다수결에 의하여 실제로 소크라테스도 배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예수도 군중재판에서 십자가를 졌습니다."


【 질문2 】
이후부터 증인 신문이 이어지지 않았나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탄핵심판 초반 국민들은 증인들이 법정에서 진실을 이야기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기대와 달리 이어진 증인 신문은 국민을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최순실 씨 측근이자 청와대 관계자들이 잇따라 '말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인데요.

▶ 인터뷰 : 윤전추 / 청와대 행정관 (1월 5일)
- "자세한 업무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답하기 곤란하다는 말을 많이 하자, 박한철 전 소장이 나서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박한철 / 전 헌법재판소장 (1월 5일)
- "곤란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데 곤란한 이유가 뭐예요? 증인은 사실을 증언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는데요.

'주사 아줌마' 등을 청와대에 출입시켜주고, 박 전 대통령의 차명폰을 개통한 인물이죠, 이영선 행정관의 증언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영선 / 청와대 행정관 (1월 12일)
- "그런 업무 관련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보안이 관련된 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질문3 】
듣기만 해도 답답하네요, 최순실 씨가 첫 출석했을 때는 취재진의 관심도 뜨거웠을 것 같은데, 최 씨 태도는 어땠습니까?

【 기자 】
네, 탄핵심판의 하이라이트는 최순실 씨가 처음으로 헌재에 출석했을 때입니다.

측근들의 '모르쇠 태도'에 힘을 얻었는지, 최 씨는 매우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 인터뷰 : 최순실 / (1월 16일)
-"많이 안 도와줬습니다."
-"(아 도와주긴 했습니까?)"
-"제가 아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의견서만 조금 냈을 뿐이라고."

이번 사태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죠, 고영태 씨의 이름이 나오자 날카로운 태도를 보였는데요.


▶ 인터뷰 : 최순실 / (1월 16일)
-"(고영태 진술에 의하면 증인이 (의상실) 임대보증료 2천만 원과 월세 150만 원을 냈다는데 사실인가요?)
-"고영태 진술은 진실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대답하기 곤란합니다."

특히나 의상실은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이 '경제 공동체'임을 입증할 수 있는 문제라,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 씨는 고 씨가 고의로 게이트를 터뜨렸다고도 주장했는데요.

▶ 인터뷰 : 최순실 / (1월 16일)
- "고영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이미 계획된 것으로, 고영태 증인의 얘기로는 제가 대답하기 곤란합니다."

국정 개입에 대한 핵심 질문을 하자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 인터뷰 : 최순실 / (1월 16일)
-"(피청구인이 문화융성이란 얘기를 하고, 증인이 문화체육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기억하세요?)
-"아니 이거 굉장히 의도적인 질문인 거 같은데 제가 무슨 국정을 대통령이랑 상의를 해서 이끌어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는 어떤 경우에도 단순 의견만 피력했지 전체를 끌고 가거나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이건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 질문4 】
이미 구속된 핵심 인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 증언은 어땠나요?


【 기자 】
답답했던 탄핵심판 변론의 분위기를 뒤짚은 건 구속된 핵심 인물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에 이어 '문고리 3인방' 정호성 전 비서관이 결정적인 증언을 한 건데요.

박 전 대통령이 차명폰을 사용했다는 증언에 이어, 비선실세도 인정하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정호성 / 전 비서관 (1월 19일)
- "최순실 씨는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었지,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이렇게 꼬인 것 같은데….
- "(증인이 지금 얘기한 그 말이 결국 비선실세라는 거잖아요.)


【 질문5 】
헌법재판소와 대통령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잖아요.


【 기자 】
네, 퇴임을 앞둔 박한철 전 소장이 3월 13일 이전에 선고를 내린다고 발표했을 때인데요.

헌재가 속도를 내자, 대통령 측은 '전원 사퇴'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 인터뷰 : 이중환 / 대통령 측 변호인 (1월 25일)
-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서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 인터뷰 : 박한철 / 전 헌법재판소장 (1월 25일)
- "지금 피청구인 측에서 하는 이야기는 그건 정말 타당하지 않고 무례한 이야기입니다."


【 질문6 】
탄핵심판 막바지부터는 막장으로 치닫는 느낌도 조금 있었어요, 왜 그런 거죠?


【 기자 】
네, 김평우 변호사가 새롭게 합류한 이후부터 새로운 기류가 흘렀습니다.

일각에선 '엑스맨'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본인이 당뇨가 있다며 재판부에 손가락질하고 소리를 질렀던 장면은 기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습니다.

▶ 인터뷰 : 김평우 / 대통령 측 변호인 (2월 20일)
- "사실은 제가 조금 당뇨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주시면…."
- "(어떤 내용에 대해서 말씀하실 건가요?)
- "잠깐만요, 그건 제가 말씀을 드릴게요. 제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 되겠는데 그럴 시간을 좀 주실 수 있는지?"
- "(그러시다면 그 부분은 다음 번에 하시는 것으로 하시고, 오늘 변론은 여기서….)
- "아닙니다, 저는 오늘 하겠습니다."

김평우 변호사는 재판부에 삿대질까지 하며 소리를 질렀는데요.

▶ 인터뷰 : 김평우 / 대통령 측 변호인 (2월 20일)
- "지금 하겠다는데 왜 변론을 막으십니까!"
- "(다음 기일에 충분히 기회를 드립니다. 지금 12시가 되었지 않았습니까?)
- "지금까지 12시에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습니까!!"


【 질문7 】
헌재 재판관들 입장에서는 모독이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네, 대통령 측은 변론보다는 헌법재판소 공격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인터뷰 : 김평우 / 대통령 측 변호인 (2월 22일)
- "그게 뭐가 부족하다고 또, 한 술 더 떠서…. 그러시면 오해에 따라서는 (재판관이) 청구인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법관이 아니에요, 이거는!"

이런 태도가 계속되자 이정미 권한대행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요.

▶ 인터뷰 : 이정미 / 헌재소장 권한대행 (2월 22일)
- "김평우 변호사님 지금 저희가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에 대해서도 굉장히 참고 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치십니다."
- "(아니 뭐가 지나쳐요?)

【 앵커멘트 】
헌재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언들과 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황당한 논리 그리고 무엇보다 헌재 재판관들의 따끔한 충고까지, 주옥같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모든 순간들은 이제 기록에 남게 됐습니다.
한민용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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